거울에 얼굴을 비쳐보는 것은 하루에도 수십 번 반복되는 행동이다.
거울은 앞에 있는 모든 사물들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지만 왼손이 올라가면 오른손이 올라가고, 왼발을 살짝 들어 올리면 오른발이 살짝 들어 올려지는 모션에는 정 반대의 행태를 보여준다. 거울은 남성보다 여성이, 그것도 젊은 여성 층에서 애용도가 높을 것이다. 화장은 잘 되었는지 , 뭐가 묻지는 않았는지, 얼굴에 딱정이가 앉지는 않았는지.... 그럴 때마다 거울은 정직하다.
거울에 나타난 얼굴을 찬찬히 보고 있으면, 흥분된 감정인지, 설레이는지, 묘 한구석은 없는지, 여러 단락의 느낌을 전해주기도 한다. 오늘도 거울 앞에서 얼굴을 본다... 세수하고 한번, 양치하고 두 번, 로션 바르고 네 번, 옷을 입고 다섯 번, 엘리베이터에서 여섯 번, 사무실 거울에서 일곱 번...
우리 집에는 총 여섯 개의 거울이 있다. 전신거울은 거실에, 두개는 화장실에 , 장농안에 얼굴거울 두개, 마지막 하나는 식탁 테이블에 걸린 거울이다. 여섯개의 거울은 있는 그대로의 얼굴을 보여주지 않는다. 정직하게 바라보는 거울도, 감정으로 바라보는 거울 모두 말이다.
어떤 거울에서는 영화배우 주인공 같은 느낌을 받고, 보는 각도에 따라 지극히 처량하고 한심해 보이는 거울도 있다. 영화속 주인공은 햇빛이 차단된 화장실 거울이 제격이다. 불을 켜고 보는 거울은 볼품 없지만 환한 낮, 빛이 스며들지 않는 그 거울은 늘 그럴싸한 얼굴을 보여준다. 거실에 있는 이동식 스탠드 거울도 그렇다.
해가 창문으로 넘어왔을 때 거울을 보고 있으면 플래시 터질 때 보이는 필름 사진처럼 흉물스럽기도 하다. 심술을 부리듯,요술을 부리듯... 오늘도 화장실 거울에 비친 얼굴이겠지 생각하고 사람들과 히히덕거리지만, 카페나 술집에 있는 거울 중에는 집에서 보던 그 흡족했던 얼굴이 엉망으로 보일 때가 있다. 집을 나온 지 30분도 되지 않았건만, 원했던 얼굴이 아니면 실망이 다반사로 변한다.
오랜 경험으로 나를 최악으로 보이게 하는 거울이 있다. 식탁 테이블에 걸린 거울, 바로 그것이다. 그 거울에서 착잡함을 느끼고 마음도 정서되지 않는다. 하지만 그 거울을 오랜시간 곱씹어 보면 그 속에서 스스럼없어질 때도 있다.
오늘도 거울을 본다. 한 없이 멋진 얼굴이 추한 모습으로 요술을 부린다. 햇빛, 그늘, 차단막에서 거울은 변화무쌍하다. 거울을 안 볼 수도 없는 일... 어떤 거울을 봐도 의연해져야 하는데, 아직도 사춘기적 철부지라 참으로 쉽지 않다.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