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읽는 사람들을 위한 자기 계발서
웹툰 <익명의 독서 중독자들>에는 독서 중독자들이 모인 독서모임에 천진난만한 신입이 들어와서 "저는 자기 계발서를 즐겨 읽습니다!"하고 밝혔다가 곧바로 퇴출당하는 내용이 등장한다. 자기 계발서를 싫어하고, 또 그런 친구들을 주위에 둔 나로서는 몹시 공감 가는 장면이었다. 사회과학/인문학 책을 읽으면 자기 계발서는 읽을 시간이 없으니깐. 그리고 위대한 학자들의 말을 듣기도 바쁜데, 어중간한 사람이 나에게 인생에 대한 조언을 해준다는 점도 싫었다.
하지만 <인생을 바꾸는 탐구습관>은 이런 나도 당장 책을 집어 들게 만든 자기 계발서다. 왜냐하면 이 책의 저자가 그동안 철학 서적들을 저술하고, 또한 외국의 철학 서적들을 번역한 이민열(이한) 변호사이기 때문이다. 원래 사춘기 때 부모님 말은 지독하게 안 들어도 동네 형이나 동네 언니 말은 잘 듣지 않는가? 사람은 원래 자기와 동질감을 느끼는 사람의 말을 더 잘 듣게 되어있다.
이 책은 지적인 탐구를 하는 사람들을 위한 책이다. 보통 한국에서 먹물 냄새 풍기는 사람들에게 자기 계발이란 경시되는 분야다. 특히 끊임없는 자기 계발을 자본주의의 폐해로만 여기기도 한다(그런 면이 없지는 않다). 하지만 책을 읽고 글을 쓰는 사람에게도 효율성이 필요하다. 또한 외국의 자료를 읽으려면 영어공부를 해야 한다. 그리고 장기적인 독서와 집필의 과정을 위해서는 밥벌이도 해야 한다. 아무런 소득 없이 부모님 돈으로 비싼 양장본 책을 사읽으며 컴퓨터 앞에서 공자왈 맹자왈 한들, 그런 룸펜의 말을 누가 듣겠는가? 영화 <나이브스 아웃>에서 갑부 할아버지의 돈으로 페미니즘 비평 이론을 공부하는 대학생 손녀를 보라!
사회과학/인문학 도서들은 거시적인 관점들을 키울 수 있게 해 주지만, 우리 실생활에 밀접하게 관련 있는 실천적 지식들을 알려주진 않는다. 그것은 실제로 그 길을 걸어본 사람만이 전달해 줄 수 있는 노하우다. 이민열 변호사는 이 책을 통해서 과제에 집중하는 방법, 하루하루를 기록하는 방법, 집필할 아이디어를 짜고 발전시키는 방법을 아주 구체적으로 서술한다. 나 같은 의지가 약한 사람도 금방 따라 할 수 있도록 말이다.
그가 전해주는 이런 보물 같은 지식을 간직하기 위해 이 책은 항상 책상 근처에 놓고 틈날 때마다 읽을만하다. 그러나 이 책의 아주 사소한 흠을 지적하자면, 필자가 분석철학에 지대한 관심을 가진 탓에 분석철학을 굉장히 중시하는 대목이 종종 등장하는 것이다. 이는 분석철학이 아닌 다른 계파의 철학을 공부하시는 분들께 약간의 불편함을 가져다줄 수 있겠다. 그렇지만 전체적인 글이 아주 훌륭하고, 작가 본인이 왕성한 집필활동을 통해 책 내용의 신뢰도를 이미 증명한 바 있기 때문에 이 책을 꼭 읽어보시라고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