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45 초역 채근담
채근담은 말합니다.
“남에게 베푼 은혜는 잊어라.
그러나 남에게 저지른 잘못은 잊지 마라.”
직장에서 함께 일하던 동료가 곤란한 상황을 겪은 적이 있습니다.
나는 그를 도왔고, 다행히 일은 잘 마무리되었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 이번엔 내가 어려움을 겪게 되었습니다.
당연히 그도 나를 도와주겠거니 했지만
그는 모른 척 지나쳤습니다.
순간, 마음 한구석이 서운함이 밀려왔습니다.
‘나는 도와주었는데, 그는 나를 외면하는구나.’
도움은 바라고 준 게 아니었지만,
막상 돌아오는 무관심엔 마음이 다치더군요.
‘남에게 베푼 은혜는 잊어라.’는 채근담의 말.
그 이유를 이제는 알 것 같습니다.
은혜를 기억하면 언젠가 그 기억이 기대가 되고,
기대는 서운함으로 변하게 되니까요.
남에게 미안했던 마음은 쉽게 잊어버립니다.
‘남에게 저지른 잘못은 잊지 마라.’
이 말은 잊고 나면,
또 같은 잘못을 반복하지 말라는 말로 들립니다.
채근담은 또 이렇게 말합니다.
“남에게 받은 은혜는 잊지 마라.
그러나 남에게 품은 원망은 잊어야 한다.”
받은 은혜를 잊는다면
누군가도 나처럼 서운할 수 있겠지요.
그리고 원망을 품고 살아간다면
그건 결국 나를 괴롭게 하는 일이 될 테고요.
생각해 보면,
마음의 중심을 잡는 일은
기억과 망각의 균형을 잡는 일입니다.
잘못은 기억하고,
은혜는 되새기고,
원망은 놓아야 합니다.
그래야 사람 사이의 관계도
마음속의 평온도 유지될 수 있으니까요.
채근담은 잊어야 할 것과
기억해야 할 것의 차이를 분명히 하라고 말합니다.
그 단순한 지혜가
오늘의 나를 조금 더 따뜻하게 만들어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