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44 초역 채근담
채근담은 말합니다.
“마음이 후한 사람은 자신을 소중히 여기는 만큼
타인에 대한 배려심도 깊어서 어디서든 지나치게 친절하다.”
나는 산책 중에 커피를 자주 마십니다.
늘 가는 단골 카페에서 테이크아웃한 커피 한 잔,
손에 들고 걷는 그 시간이
하루 중 가장 여유롭고 향기로운 순간입니다.
그 카페의 바리스타 아가씨는
항상 웃으며 맞아줍니다.
우리가 문을 열고 들어서기만 해도
주문을 묻지 않고 커피를 뽑기 시작하지요.
그리고는 익숙한 손길로 컵을 건네줍니다.
늘 같은 미소와 늘 같은 친절.
그녀의 따뜻한 마음 덕분에
우리의 산책은 더 기분 좋은 일이 됩니다.
커피 맛도 좋지만
그 미소가 커피보다 먼저 마음을 데워줍니다.
그런데 채근담은 또 이렇게도 말합니다.
“마음이 박한 사람은
자신은 물론 타인에게도 무관심하고 냉정해서
하는 일마다 메마르고 야박하다.”
어느 날 산책 코스를 바꿔 다른 카페에 들렀습니다.
어떤 맛일까?
설레는 마음으로 커피를 주문했지만
한참을 기다려도 나오지 않았습니다.
조심스럽게 물었다.
“혹시 제 커피는 아직 안 나왔을까요?”
그녀는 고개도 돌리지 않고 퉁명스럽게 말했습니다.
“배달 주문이 밀렸으니까 기다리세요.”
결국 오래 기다려 받아 든 커피는 식어 있었고,
크레마는 자취조차 없었습니다.
결국 기분이 좋지 않은 산책이 되었습니다.
채근담은 다시 말합니다.
“너무 후한 것도,
너무 박한 것도 좋지 않다.”
생각해 보면
내가 너무 후한 친절에 익숙했던 걸까?
그래서 조금만 박한 말투에도
서운함이 금세 밀려드나 봅니다.
사람의 마음은 참 묘합니다.
작은 친절에 감동하고,
작은 무관심에 다치곤 하니까요.
그래서 나는,
되도록 후한 사람이 되고 싶어 집니다.
타인의 하루에
기분 좋은 한 잔의 따뜻함으로 남고 싶어 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