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6 초역 채근담
인간관계는 어려운 일이 아닐지도 모릅니다.
어려운 건 말속에 있습니다.
무엇을 말해야 할지, 무엇을 말하지 않아야 할지.
채근담은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상대가 아무리 좋은 사람이라도
정말로 친해지기 전까지는 섣불리 칭찬하지 않는다.
둘 사이를 부러워하며 이간질하는 사람이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좋은 사람을 만나면
좋은 말을 아낌없이 건넵니다.
그게 예의이자 친밀함을 표현하는 방식이라고 믿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채근담은,
그 친절이 때로는 불씨가 된다고 말합니다.
누군가를 향한 칭찬 한마디가
엉뚱한 곳에서 오해가 되고, 시기가 되고,
결국 둘 사이를 멀게 만들 수도 있다고 경고합니다.
생각해 보면
우리가 품은 순수한 마음조차
세상의 시기와 질투 앞에서는 너무도 쉽게 왜곡되곤 합니다.
그래서 채근담은,
진심으로 가까워지고 싶은 사람일수록
오히려 조심해야 한다고 합니다.
말보다 시간을 건네라고 이야기합니다.
그리고 또 한 구절.
“상대가 비록 나쁜 사람이라도
쉽게 관계를 끊을 수 없다면 무심코라도 험담하지 않는다.
험담이 곧 상대의 귀에 들어가 화가 닥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우리는 때때로
잘못된 사람에게서 오는 불편함을
누군가에게 털어놓고 싶어 집니다.
그저 ‘속이 답답해서’ 말한 한마디가
돌고 돌아 그 사람의 귀에 들어갑니다.
그리고 그 순간,
작은 불씨는 큰 불이 되어
나에게로 번져옵니다.
험담은 나쁜 사람에게만 닿지 않습니다.
결국, 나를 무너뜨리는 데 쓰입니다.
그래서 『채근담』은 말합니다.
좋은 말도 때를 기다리고,
나쁜 말은 아예 삼가라.
말은 쉬운 것 같지만
그 안엔 관계의 무게가 담겨 있습니다.
어떤 말은 나를 지켜주고,
어떤 말은 나를 무너뜨립니다.
나는 요즘,
하고 싶은 말보다 하지 않아도 될 말을 먼저 생각합니다.
좋은 사람에게는 조용한 응원을,
불편한 사람에게는 조용한 거리감을.
그것이 내 관계를,
그리고 내 하루를
지키는 방식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말이 많은 시대에
말을 삼키는 연습을 합니다.
오늘도 그렇게
조용히 한 구절을 마음에 붙여둡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