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사색 공원

산책길에서 만난 사람의 향기

인향만리

by 무공 김낙범

아침 산책길에서 처음 본 청년이 “좋은 하루 보내세요”라고 인사했습니다. 낯선 이의 인사 한마디에 하루가 밝아지고, 나 역시 자연스럽게 산책길에서 다른 이들에게 인사를 건넸습니다. 따뜻한 마음은 전염되어 세상에 번져 나가는 것이 아닐까요?


이 경험을 통해 한 가지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사람의 마음과 덕은 향기처럼 주위에 퍼져 나가 오랜 여운을 남긴다는 사실입니다. 이것이 바로 ‘인향만리(人香萬里)’가 뜻하는 바입니다. 단순한 인사나 친절도 결국 세상을 조금 더 따뜻하게 만듭니다.


‘인향만리’란 사람의 덕과 인품이 마치 꽃향기처럼 먼 곳까지 은은하게 퍼진다는 뜻입니다. 꽃향기가 바람에 실려 널리 전해지듯, 올곧은 행실과 따뜻한 마음 역시 은연중에 주위에 영향을 줍니다.


물질적 향기는 일시적이지만, 사람에게서 우러나는 향기는 세대를 이어 지속됩니다. 실제로 퇴계 이황 선생은 학문과 덕망의 향기를 500년 넘게 이어가고 있습니다. 세종대왕 역시 한글을 창제하여 백성을 위한 사랑을 세상에 남겼습니다. 이처럼 인품과 덕은 시간이 흘러도 변치 않는 흔적으로 남습니다.


우리 사회가 선하고 따뜻한 관계로 지속되기 위해서는, 각자가 자기만의 ‘인향’을 키우는 일이 중요합니다. 가족, 이웃, 사회 전체에 긍정적 파동이 쌓이고, 이것이 모두가 체감하는 인간적 온기가 됩니다. 돈이나 명예 같은 물질적 성취는 바람에 날아가는 꽃내음처럼 금세 사라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누군가에게 건네는 작은 친절, 진심 어린 말 한마디는 진정한 ‘인향’이 되어 오래도록 기억됩니다.


물론 요즘은 경쟁과 각박함이 관계의 온기를 식히곤 합니다. 그럼에도 힘닿는 만큼 따뜻한 말과 행동을 나눌 때, 크지 않은 선한 영향이 사회를 조금씩 변화시킵니다.


“나는 어떤 향기를 남기며 살아가고 있는가”라고 자문합니다. “말은 바람에 사라지지만, 행실은 향기가 되어 남는다”는 문장을 마음에 새기며 오늘도 작은 친절을 실천해보려 합니다. 오래도록 남을 인향을 세상에 남길 수 있도록, 모두가 자기만의 향기를 공유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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