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두용미(蛇頭龍尾)
시작은 작아도, 끝은 장엄하게
블로그 이웃 '필이'님의 글에서 사두용미(蛇頭龍尾)라는 사자성어를 보았습니다. 아들이 영화 〈어쩔 수가 없다〉를 보고 남긴 한 줄 평이었습니다.
행복한 일상을 보내던 만수(이병헌)는 돌연 직장으로부터 해고 통보를 받습니다. 가족을 위해 3개월 안에 취업하겠다고 선언한 만수. 그러나 1년이 넘도록 취업을 하지 못하자 "나를 위한 자리가 없다면, 내가 만들어서라도 취업에 성공하겠다."라고 결심합니다.
만수는 자신에게 걸림돌이 되는 사람들을 제거하고 결국 취업에 성공합니다. 초라한 실직자에서 관리자로 변신한 주인공을 보며, '필이'님 아들은 “사두용미”라고 표현한 겁니다.
뱀의 머리, 낮은 출발
세상에는 시작은 요란하지만 끝은 미약한 일이 많습니다. 이를 용두사미(龍頭蛇尾)라 하지요. 그러나 진정한 성장은 그 반대 방향, 사두용미(蛇頭龍尾)에 있습니다.
뱀의 머리로 시작한다는 것은 낮은 곳에서 현실을 견디며 출발하는 자세를 뜻합니다. 뱀은 땅을 기어 다니며 세상의 온도와 냉기를 온몸으로 느낍니다. 그래야 생존할 수 있습니다.
'스티브 잡스'는 대학을 중퇴하고 부모님 차고에서 회사를 시작했습니다. 초기 애플은 ‘장난감 회사’ 취급을 받았지만, 지금은 세계를 바꾸는 브랜드가 되었습니다.
성공은 처음부터 하늘에 있지 않습니다. 지혜는 언제나 땅에서 시작됩니다. 작은 몸짓 하나, 작은 시도 하나가 결국 큰 변화를 부릅니다.
'오프라 윈프리'는 가난한 미혼모의 딸로 태어나 어린 시절 사촌들에게 성폭행을 당했습니다. 그러나 아버지의 교육과 독서를 통해 자신을 새롭게 세우며 세계적인 토크쇼의 여왕이 되었습니다.
뱀의 머리란, 바로 첫 마음의 불씨, 현실 속에서 꺼지지 않는 작은 의지의 불입니다.
용의 꼬리, 완성의 장엄
뱀은 허물을 벗습니다. 그 고통의 반복 속에서 새로운 생명을 얻습니다. 그 길 끝에, 뱀은 마침내 용으로 변합니다. 하늘을 나는 존재가 되기 위해, 땅의 무게를 견뎌야만 했던 것입니다.
용의 꼬리로 끝맺는다는 것, 그것은 끝까지 자신을 지켜내는 완성의 힘입니다. 불안과 좌절의 시간을 지나
마침내 자기답게 살아내는 순간, 그때 사람은 비로소 용의 꼬리를 잡습니다.
'J.K. 롤링'은 이혼과 실업으로 우울증을 앓으며 정부 보조금으로 생활했습니다. 카페에서 쓴 원고가 열두 번이나 거절당했지만, 그녀는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그 책이 바로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해리 포터』입니다. 그녀는 뱀의 머리에서 시작해 용의 꼬리로 날아오른 사람입니다.
변화의 통증을 견디는
사두용미의 과정에는 고통이 따릅니다. 허물을 벗을 때의 따가움, 세상을 버티는 불안, 그 모든 시간이 성장의 재료입니다.
스티브 잡스, 오프라 윈프리, J.K. 롤링, 이들 모두의 시작은 초라했지만, 포기하지 않았기에 그 초라함이 추진력이 되었습니다. 고통을 피하려는 사람은 뱀의 머리에서 멈추지만, 고통을 통과하는 사람은 용의 꼬리로 나아갑니다.
변화는 고통을 품은 축복입니다. 허물을 벗지 않으면 새로운 자신을 만날 수 없습니다. 오늘의 아픔은 내일의 변신을 위한 예고장입니다.
사두용미는 이렇게 말합니다. “처음은 작아도, 마무리는 크고 당당하라.”
시작은 누구나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끝까지 걸어가는 자만이 용이 됩니다. 땅에서 하늘로 이어지는 이 길 위에서, 우리의 작은 열정이 결국 큰 비상을 만들어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