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부쟁(易水不爭)
경쟁의 회오리 속에서
"모든 경쟁에서 이겨야 할까?"
삶에 번아웃이 찾아왔을 때, 문득 나 자신에게 이런 질문을 던졌습니다.
지금 우리는 매사에 경쟁하지 않고는 살아남기 어려운 세상에 살고 있습니다. 직장에서는 동료와 경쟁하고, 회의에서는 논쟁하며, 심지어 친구와의 대화에서도 이기려 들었습니다.
"내가 옳아"라는 것을 증명해야 한다는 강박 관념. 그것은 생존을 위한 처절한 싸움이었습니다. 이길 수 없는 자리에 있는 것 자체가 고통이었습니다.
이수부쟁(易水不爭), 쉬운 물은 다투지 않는다는 이 말을 처음 들었을 때 그 뜻을 오해했습니다.
'약한 자는 다툴 수 없기에 그런 말을 하는 거겠지'라고 생각했습니다. 강해 보이려는 욕망에 사로잡혀 계속 싸우며 살았습니다.
그 결과, 삶은 지쳐갔고 번아웃이 왔습니다. 더 이상 싸울 기력조차 남지 않았습니다.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도 나빠졌고, 얻은 것은 거의 없었습니다.
물의 지혜에서 배우다
어느 날, 피곤에 지친 몸과 마음을 달래기 위해 책장에서 잠자고 있던 『도덕경』을 꺼냈습니다.
"물은 가장 낮은 곳으로 흐른다. 모든 것이 물의 길을 따른다. 하지만 물은 아무것도 다투지 않는다."
이 문장을 읽는 순간, 저는 지금까지 물의 반대 방향으로 살아왔음을 깨달았습니다. 높은 곳으로 올라가려 애썼고, 모든 일에서 이기려 했습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싸움은 피할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물은 낮은 곳을 선택하고, 그곳에서 묵묵히 흐릅니다. 주변 환경이 어떻든, 방해가 있어도 돌아서 흐릅니다.
물처럼 남과 비교하지 않고, 방해를 받아도 거리낌 없이 돌아갈 수 있다면, 다투지 않으면서도 결국 모든 것을 이길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다투지 않으니 모든 것이 풀렸다
먼저 마음을 바꾸었습니다. 직장에서 동료를 경쟁자가 아닌 협력자로 바라보았습니다. 누군가의 제안이 좋으면 "좋은 의견입니다."라며 진심으로 칭찬했습니다.
승패의 싸움을 멈추자, 동료들의 태도도 달라졌습니다. 더 이상 저를 경쟁 상대로 보지 않았고, 오히려 제 편이 되어 도와주었습니다.
"내가 이겨야 한다."라는 생각을 내려놓자, 진정으로 최선의 방안을 함께 찾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관계는 부드러워졌고, 웃으며 지낼 수 있는 사이가 되었습니다.
아내와의 대화에서도 "당신 말이 맞아."라고 말하니, 부부 사이도 한결 좋아졌습니다. 상대를 인정하자, 그만큼 나에게 돌아오는 정이 더 깊어졌습니다.
이수부쟁의 역설적인 힘
이수부쟁(易水不爭)이란 말을 이제는 제대로 이해합니다. 쉬운 상대가 아니라 편안한 상대가 되어야 한다는 뜻이었습니다.
물은 겉보기에 강하지 않아 보이지만, 실상은 삶의 지혜가 담긴 존재입니다. 가장 낮은 곳에 머물면서도, 모든 것의 중심이 되기 때문입니다.
이제 물처럼 낮은 곳에 머물기로 했습니다. 더 이상 이기려 하지 않습니다. 대신 상황을 읽고, 흐름을 따릅니다. 돌아가야 할 때는 돌아가고, 멈춰야 할 때는 멈춥니다.
그러자 자연스럽게 좋은 결과들이 따라왔습니다. 사람들이 물처럼 곁에 모이기 시작했습니다. 더 이상 싸우려 들지 않으니, 사람들도 편안하게 다가왔습니다. 이수부쟁, 물처럼 부드럽게 살 때, 역설적으로 가장 강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