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사색 공원

변하지 않으면 죽는다는 걸 깨달았죠

상전벽해(桑田碧海)

by 무공 김낙범

오래된 서점

공원 가는 길에 오래된 상가가 있습니다. 대부분 점포 앞에는 '임대'라는 글씨만 붙어 있고, 상가는 을씨년스럽습니다.

작은 서점에 들어갔습니다. 앉아서 핸드폰을 보던 주인은 벌떡 일어서며 반갑게 맞이해 줍니다. 30년간 서점을 운영해 왔다는 주인. 그에게는 손님이 구세주와 같았습니다.

동네에서 가장 오래된 서점이었고, 단골손님들과 책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삶의 낙이었다고 쓸쓸히 말합니다. 하지만 온라인 서점이 등장하고 전자책이 보편화되면서 손님은 급격히 줄었다고 합니다.

그의 말을 들으며 상전벽해(桑田碧海)라는 말이 실감이 갔습니다. 뽕나무밭이 푸른 바다가 되는 거대한 변화 앞에서 우리는 무력감을 느낍니다.

형태만 바뀌었을 뿐

전벽해는 중국 고사에서 유래한 말로, 신선 마고가 세 번이나 바다가 뽕나무밭으로 변하는 것을 보았다는 이야기입니다.

중요한 것은 바다도 뽕나무밭도 모두 사라지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단지 형태가 바뀌었을 뿐입니다.

필름 카메라는 사라졌지만 스마트폰으로 누구나 사진작가가 되었고, 음반 가게는 문을 닫았지만 음악 스트리밍으로 전 세계 음악을 들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서점 주인이 잃은 것은 무엇일까요? 책을 파는 방식일 뿐, 책에 대한 열정과 30년간 쌓은 지식, 그리고 책을 사랑하는 사람들과의 연결 능력은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변화를 선택

한 달 후, 다시 그 서점을 찾았습니다. 놀랍게도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져 있었습니다. 서점 한쪽에 작은 카페 공간이 생겼고, 벽에는 "책 수다방"이라는 안내문이 붙어 있었습니다.

주인은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온라인으로는 책을 살 수 있지만, 책에 대해 이야기 나눌 곳은 없더라고요." 그는 변화를 선택했습니다.

단순히 책을 파는 것이 아니라, 책을 통한 만남의 공간을 제공하기로 한 것입니다. 동네 작가를 초청해 작은 강연회를 열고, 학생들을 위한 독서 토론 모임을 시작했습니다.

점점 사람들이 모여들었습니다. 책을 사러 온 것이 아니라, 책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나누러 온 것입니다. 매출은 예전만큼 회복되지 않았지만, 주인의 얼굴에는 활기가 돌아왔습니다.


새로운 형태로 거듭나다

1년 후, 그 서점은 지역 문화공간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텅 빈 상가 사이에서 유일하게 사람들로 북적이는 곳이 되었습니다.

주인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처음엔 변화가 두려웠어요. 하지만 변하지 않으면 죽는다는 걸 깨달았죠. 그래서 변화를 선택했습니다."

상전벽해는 우리에게 중요한 교훈을 줍니다. 세상은 끊임없이 변하지만, 본질은 남는다는 것입니다. 형태에 집착하면 변화에 휩쓸리지만, 본질을 지키면 새로운 형태로 거듭날 수 있습니다.

다윈은 "살아남는 것은 가장 강한 종이 아니라 변화에 가장 잘 적응하는 종"이라고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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