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학상장
교학상장(敎學相長)은 『예기(禮記)』의 학기(學記)에 나오는 구절에서 유래한 말입니다.
"敎學相長 則得業矣" (가르치고 배움이 서로를 성장시키면 그 일을 이룰 수 있다.)
이 문장은 가르치는 것과 배우는 것이 서로를 발전시키는 과정임을 뜻합니다. 즉, 스승은 학생을 가르치면서 더 깊이 배우고, 학생은 스승을 통해 성장하며 궁극적으로 서로의 학문이 더욱 발전하게 됩니다. 이는 단순한 지식 전달을 넘어 학문적 교류와 인격적 성장의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조셉 주베르(Joseph Joubert)는 "가르침으로써 두 번 배운다"라고 말했습니다. 가르친다는 것은 단순히 자신의 지식을 전달하는 행위가 아닙니다. 학생에게 가르치기 위해서는 먼저 자신이 충분히 이해해야 하며, 가르치는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질문을 받고 이에 답하면서 더 깊이 사고할 수 있습니다. 결국, 가르침은 배우는 또 다른 방법이 됩니다.
저는 은퇴 후 역학(易學)을 연구하며 배움을 청하는 분들께 강의를 하게 되었습니다. 역학은 철학적이고 복잡한 개념이 많아 배우기 힘들고, 가르치기도 어려운 학문입니다. 하지만 강의를 진행하며 놀라운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제가 학생들에게 설명하는 과정에서 평소 이해되지 않던 개념들이 선명해지고, 그들의 질문을 통해 저 스스로도 새로운 시각을 얻었습니다. 학생들의 눈을 통해 본 역학은 제가 바라보던 것과는 또 다른 차원의 것이었습니다. 이 경험을 통해 교학상장의 진정한 의미를 몸소 체험할 수 있었습니다.
이는 스승과 학생 간의 단순한 일방적 관계가 아니라, 학문과 사람 간의 교류를 의미합니다. 학생이 배우기 위해 질문을 던지면, 스승은 그 질문을 통해 자신의 지식을 점검하고 보완하게 됩니다. 이러한 상호작용을 통해 학문은 정체되지 않고 계속해서 발전합니다.
교학상장은 단순히 지식 습득의 방식이 아니라, 서로가 함께 성장할 수 있는 방법론입니다.
스승은 학생에게 자신이 배운 지식을 전달하지만, 그 과정에서 새로운 관점을 깨닫게 됩니다. 학생은 스승의 가르침을 통해 지식을 습득할 뿐만 아니라, 스스로 의문을 제기하며 깊이 있는 사고를 할 수 있습니다.
가르침과 배움은 단순한 정보 전달이 아니라, 서로의 사고를 확장시키는 과정입니다. 학생이 던지는 예상치 못한 질문과 의견은 스승의 새로운 학문적 탐구의 계기가 될 수 있습니다.
교학상장의 본질은 스승과 학생이 동등한 위치에서 서로를 존중하고 이해하며 함께 성장하는 데 있습니다. 가르치는 사람이라고 해서 항상 옳은 것이 아니며, 배우는 사람도 가르칠 수 있는 부분이 있습니다.
이러한 교학상장의 정신은 글쓰기를 하는 작가에게도 필수적입니다. 작가는 독자에게 지식을 전달하는 스승과 같지만, 동시에 독자로부터 배우는 학생이기도 합니다. 좋은 작가는 독자와 상호작용하면서 글을 통해 새로운 것을 깨닫고 성장합니다.
작가는 독자의 스승이 되고, 독자는 작가의 제자가 됩니다. 하지만 독자가 작가에게 새로운 시각을 제공할 때, 작가는 다시 독자의 제자가 되어 배워야 합니다.
작가는 독자의 피드백과 비평을 겸허하게 받아들이고, 이를 반영하며 발전해야 합니다. 독자와의 토론을 통해 서로의 사고를 확장하고, 새로운 깨달음을 얻는 것이 중요합니다.
글쓰기는 단순한 정보 전달이 아니라, 작가 자신도 배우는 과정입니다. 자신이 모든 지식을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순간, 독자로부터 외면당할 수 있습니다. 독자의 의견과 반응을 통해 끊임없이 배우고 성장할 때, 글쓰기는 더욱 깊이 있는 작업이 됩니다.
교학상장은 단순한 교육 철학이 아닙니다. 이는 학문과 인간관계, 그리고 글쓰기에도 적용될 수 있는 보편적 원리입니다. 가르치는 자는 배우면서 성장하고, 배우는 자는 가르치는 과정에서 더욱 깊이 이해합니다. 작가와 독자도 이러한 관계 속에서 함께 발전할 수 있습니다.
결국, 글쓰기란 독자와의 끊임없는 대화이며, 작가가 독자로부터 배우고 독자가 작가로부터 배우는 과정입니다. 교학상장의 정신을 바탕으로 글을 쓴다면, 작가는 더욱 깊이 있는 글을 쓸 수 있고, 독자는 더 큰 깨달음을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교학상장은 작가와 독자가 함께 성장하는 길을 제시하는 지혜로운 가르침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