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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사색 공원

명예로운 퇴진을 하는 친구

공성신퇴

by 무공 김낙범

한 친구는 오랜 시간 은행 지점장으로 근무하며 임원 승진을 앞두고 있었다. 그는 오랫동안 직장에서 성실하게 일하며 승진을 꿈꿔왔지만, 이제 그는 중요한 선택의 기로에 놓여 있었다.


임원 승진은 분명 좋은 기회였다. 하지만 승진을 하더라도 1년 후에는 퇴직해야 했다. 반면, 지금 명예퇴직을 하면 퇴직금과 함께 새로운 인생을 시작할 기회를 얻을 수 있었다. 그는 고민 끝에 명예퇴직을 선택했고, 평소 하고 싶었던 여행을 하며 행복한 삶을 살게 되었다.


이는 단순한 직장 생활의 마무리가 아니라, 스스로 퇴장의 시점을 결정하고 새로운 삶을 선택한 의미 있는 결정이었다. 이러한 결정의 배경에는 ‘공성신퇴(功成身退)’라는 개념이 있다. 공성신퇴는 노자의 『도덕경』에서 유래된 사상으로, 성공을 이루었을 때 욕심내지 않고 적절한 시점에 물러나는 것이 자연의 도리에 맞는다는 뜻을 담고 있다.


노자는 『도덕경』에서 "공이 이루어지면 물러나는 것이 하늘의 도이다."라고 말했다. 물로 가득 찬 그릇이 넘치기 쉬운 것처럼, 지나친 집착은 화를 부를 수 있다. 날카로운 칼날이 영원히 유지될 수 없고, 금은보화를 쌓아둔 집이 불안을 초래하듯, 권력과 부를 쥐고 놓지 않으려 하면 결국 몰락을 맞이할 수밖에 없다.


셰익스피어 역시 『헨리 4세』에서 "왕좌는 떠나야 할 때 떠나는 자에게 영광을 안긴다."라고 말하며, 권력과 성공의 덧없음과 적절한 퇴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공성신퇴의 사자성어애서 다음과 같은 교훈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첫째, 자신의 역할을 성공적으로 완수한 후 욕심내지 말고 물러나야 한다. 지나친 집착은 오히려 자신이 쌓아 올린 공로를 무너뜨릴 수 있다.

둘째, 과욕을 경계하고 명예롭게 물러남으로써 최상의 상태를 유지하며 빛날 수 있다. 끝까지 자리를 지키려다 오히려 몰락하는 경우가 많다.

셋째, 성공에 도취하지 말고 겸손한 자세를 유지해야 한다. 성공 후에도 욕망에 휘둘리면 결국 실패로 이어질 위험이 크다.


이러한 원칙은 현대 사회에서도 유효하다. 많은 기업의 CEO나 정치인들이 한 번의 성공을 이루면 그것을 영원히 유지하려 하지만, 결국 시대가 변하고 흐름이 바뀌면 더 큰 실패를 맞이하는 경우가 많다. 적절한 시점에 물러나고 다음 세대에게 자리를 내어주는 것이 더욱 빛나는 마무리가 될 수 있다.


작가에게도 공성신퇴의 정신이 필요하다. 한 작품의 성공에 연연하거나 과거의 명성에 집착하는 것은 창작력을 갉아먹는다. 스스로 겸허한 자세를 유지하면서 새로운 창작을 구상해야 한다.

일시적 멈춤은 오히려 창의성을 재충전할 기회가 될 수 있다. 외부의 평가에 휘둘리지 않고, 자기만족을 기반으로 한 창작이야말로 지속 가능한 성취로 이어질 것이다. 이는 공성신퇴의 교훈이 창작 활동에도 유효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처럼 공성신퇴는 인생에서 성공과 물러남의 균형을 깨닫게 해 준다. 친구의 선택처럼 우리는 언제 물러날 것인가, 언제까지 자리를 지킬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해야 한다. 적절한 시기에 비우고 내려놓는 것이야말로 가장 지혜로운 선택일 것이다.

노자의 가르침처럼, 가득 찬 그릇은 기울기 마련이고, 날카로운 칼날은 오래가지 않는다. 이제 우리는 공성신퇴의 가치를 마음속에 새기고, 성공과 퇴장의 균형을 지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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