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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사색 공원

글을 읽는다는 것의 진정한 의미

안광지배

by 무공 김낙범

어느 날 아침, 나는 책을 읽다가 깜짝 놀랐다. 글자를 눈으로 따라가고는 있지만, 정작 무슨 내용인지 머릿속에 남지 않았다. 그저 기계적으로 글자를 읽을 뿐, 뜻을 새기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는 당황스러웠다. 다시 처음부터 차분히 읽어 내려가자 비로소 문장의 의미가 들어오기 시작했다. 그 순간 문득 생각했다. ‘우리는 책을 읽고 있다고 착각하지만, 과연 진정으로 읽고 있는 것일까?’


책을 읽는다는 것은 단순히 글자를 눈으로 따라가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독서를 하면서도 책의 깊은 의미를 이해하지 못한 채 마치 수박 겉을 핥는 것처럼 겉핥기식으로 책을 읽는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깊이 있는 독서를 할 수 있을까?


고사성어 중에 ‘안광지배(眼光紙背)’라는 말이 있다. 이는 ‘눈빛이 종이의 뒤까지 꿰뚫는다’는 뜻으로, 단순히 글자를 읽는 것이 아니라 그 이면에 담긴 의미까지 통찰해야 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즉, 진정한 독서는 문장의 겉이 아니라 속을 들여다보는 것이다.


이 개념은 고대부터 학자들에 의해 강조되어 왔다. 송나라 학자 왕안석의 시에서 처음 등장한 ‘안광지배’라는 표현은 이후 수많은 철학자와 문인들에게 영향을 미쳤다. 공자는 《논어》에서 “배우고 때때로 익히면 기쁘지 아니한가(學而時習之, 不亦說乎)”라고 말했다. 여기서 ‘익히다’는 단순히 외우는 것이 아니라, 배운 것을 자신의 삶과 사고에 적용하고 실천하는 것을 의미한다. 즉, 글을 읽고 배우는 것이 단순한 정보 습득에 그쳐서는 안 되며, 그 의미를 깊이 이해하고 내면화해야 한다는 뜻이다.


장자 역시 사물의 본질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그 겉모습만 보는 것이 아니라, 그 이면에 숨겨진 본질을 꿰뚫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자가 말하는 ‘소요유(逍遙遊)’란 세상의 표면적인 현상에 얽매이지 않고, 본질을 자유롭게 탐구하는 자세를 의미한다. 이러한 사상은 독서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단순히 활자를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그 의미를 깊이 음미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깊이 있는 독서를 실천할 수 있을까?

첫째, 글의 행간을 읽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 문장의 표면적인 의미를 넘어 저자의 의도와 맥락을 파악하는 것은 깊이 있는 독서의 출발점이다. 이는 이해를 넘어 사고의 확장을 가능하게 한다.

둘째, 비판적 사고를 기르고 통찰력을 강화해야 한다. 저자의 주장을 무조건 수용하기보다는 논리적으로 분석하고, 이를 바탕으로 자신만의 관점을 형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셋째, 저자의 철학과 의도를 깊이 이해해야 한다. 책을 단순한 정보 습득의 도구로 사용하기보다, 저자의 사상을 내면화하고 이를 자신의 삶과 사고에 적용하는 과정이야말로 독서의 진정한 의미이다.


이러한 안광지배의 정신은 독자뿐만 아니라 작가에게도 필수적이다. 좋은 작가가 되기 위해서는 반드시 깊이 있는 독서를 해야 한다. 독서는 작가에게 영양분과도 같다. 마치 우리가 밥을 먹어야 에너지를 얻을 수 있듯이, 작가 역시 글을 쓰기 위해서는 책을 읽으며 사고의 재료를 축적해야 한다.


책을 읽는다는 것은 단순한 인풋(input)이 아니라, 사고와 창작의 근육을 키우는 과정이다. 깊이 있는 독서를 통해 저자의 의도를 명확하게 파악하고, 그 메시지를 온전히 이해할 때 비로소 자신의 글쓰기에 적용할 수 있다. 또한, 저자가 남긴 여백 속에서 새로운 의미를 창출하는 능력 역시 길러야 한다.


탁월한 작가는 단순히 정보를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독자가 스스로 사고하고 해석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한다. 좋은 글은 직설적인 설명보다 여백을 남겨 독자가 스스로 의미를 찾도록 한다. 이는 독서뿐만 아니라 글쓰기에서도 중요한 요소다.


안광지배의 정신을 바탕으로 책을 읽고, 그 이면의 의미를 꿰뚫어야 독창적인 메시지를 만들어낼 수 있다. 그리고 그 메시지는 다시금 독자들에게 새로운 통찰을 선사한다. 결국, 깊이 있는 독서는 작가의 필수 조건이며, 창의적인 글쓰기를 위한 출발점이 된다.


우리는 책을 읽으면서도 그 깊은 의미를 놓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안광지배의 정신을 실천한다면, 독서는 단순한 정보 습득이 아니라 삶을 변화시키는 과정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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