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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사색 공원

마음을 움직이는 글은 이해에서 시작된다

동리공감의 시선으로 본 공감과 글쓰기

by 무공 김낙범

"괜찮아요. 이겨내야죠."

"진정하세요. 다 지나갈 겁니다."

그 말은 틀리지 않습니다.

하지만, 위로가 되지 않을 때가 있습니다.


심리 상담을 하면서 나는 수많은 내담자들의 감정을 마주했습니다.

그들은 억울한 사연을 털어놓으며 감정 조절이 안 된다고 힘들어합니다.

이때 감점을 다스리는 법을 알려주면, 상담은 대부분 실패로 돌아갑니다.

왜일까요?


상담자는 무엇보다 먼저, 내담자의 이야기를 조용히 들어야 합니다.

그 감정에 머물면서 '그런 마음일 수 있겠다.'하고

그 마음 자체를 있는 그대로 인정해 주어야 합니다.

이것이 바로 공감입니다.


공감은 상대의 입장을 이해하고

그 감정이 생긴 이치를 함께 느끼는 것입니다.

상대가 억울하면 함께 억울해하고

상대가 슬프면 함께 슬퍼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것을 진짜 공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상담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은 조언부터 하려고 합니다.

억울하다는 말에 '마음을 다잡아야죠'라고 하면

상대는 분노의 감정을 느끼곤 합니다.

그들의 마음속에는 이런 외침이 맴돕니다.

'내 마음을 그렇게 몰라주나요?'


이 공감은 작가에게도 꼭 필요한 자세입니다.

작가는 독자와 상담하듯 글을 써야 합니다.

독자의 감정을 헤아리고, 그 마음에 함께 동조할 수 있어야 합니다.

슬픔에는 같이 슬퍼하고

억울함에는 같이 답답해할 줄 아는 글

그런 글이야말로 독자의 마음을 어루만지고 위로가 됩니다.


독자에게 슬픔을 이기는 방법이나 억울함을 푸는 요령부터 말하면

그들은 마음의 문을 닫을지도 모릅니다.

그들에게 정말 필요한 것은

그들의 마음을 충분히 이해한다는 메시지를 전해야 합니다.


공감은 감정을 함께 느끼는 것이지만

동리공감은 이해와 감정이 함께 흐르는 깊은 만남입니다.

이해 없이 감정만 따라가는 공감은

때로 피상적이거나 일시적인 동조로 끝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치를 함께 아는 공감은

상대의 삶을 진심으로 받아들이는 문이 됩니다.


작가에게 필요한 공감은 바로 이 동리공감입니다.

그 깊은 공감애서 나오는 문장은

누군가의 마음속에 오래 머물고

때로는 꺼져가던 불빛을 다시 켜줍니다.


좋은 문장은 감정을 쓰지만

깊은 문장은 이치를 함께 담습니다.

타인의 감정을 헤아리고

그 이치를 함께 느낄 수 있을 때

우리의 글은 더 이상 혼잣말이 아닙니다.

단 한 명의 독자라도

'내 마음 같았다'라고 말한다면

그 글은 이미 동리공감의 힘을 가진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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