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1 초역 채근담
가장 잘나가는 전성기에 물러나고
남과 다툴 일 없는 곳에 자신을 둔다.
남들이 보지 않는 곳에서 더 신중하게 행동하고
보답을 기대할 수 없는 상대에게 더 힘써 배운다.
- 초역 채근담
흔히들 성공하려면 눈에 잘 띄는 자리를 잡아야 한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진짜는 꼭 그런 곳에 있지 않습니다.
진짜는, 조용한 곳에 조용히 자리를 틀고 있습니다.
그러다 어느 날, 누군가의 마음에 닿고, 입소문을 타고, 결국 스스로 드러납니다.
흑산도 홍어집에서 그런 진짜를 마주했습니다.
맛집으로 소문난 흑산도 홍어집을 찾아갔습니다.
그런데 식당은 뜻밖에도 외진 곳에 있었습니다.
주변 상권은 거의 죽어 있었고,
조그마한 식당 앞엔 커다란 나무가 있어 간판조차 제대로 보이지 않았습니다.
안으로 들어서니 테이블은 고작 7개.
이른 시간이었음에도 이미 만석이었습니다.
구석진 자리에 겨우 앉아 홍어 삼합을 주문했습니다.
정갈하게 차려진 음식.
둘이 먹다 하나가 죽어도 모를 맛이 이런 걸까 싶었습니다.
화려하지도, 세련되지도 않지만
그 투박함 안에 깊은 맛이 배어 있었습니다.
진심이 담긴 음식, 진짜는 이런 것이구나 싶었습니다.
그 순간, 채근담의 한 구절이 떠올랐습니다.
“남들이 보지 않는 곳에서 더 신중하게 행동하고,
보답을 기대할 수 없는 상대에게 더 힘써 배운다.”
겉으로 드러나지 않아도,
찾기 어려운 장소에 있어도,
진짜는 사람들이 스스로 알아보고 찾아갑니다.
그리고 말합니다. "여긴 진짜야."라고.
겉이 전부가 아닙니다.
진짜는 언제나 숨어 있습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조용히, 묵묵히 제 자리를 지키며 익어갑니다.
우리가 할 일은 단 하나,
그 깊이를 잃지 않는 것.
화려함 대신 내실을, 속도 대신 진심을 선택하는 것.
그런 삶은, 언젠가 누군가의 마음에 닿아
"이 사람, 진짜야."라는 말로 돌아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