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수함의 미학, 그 담백한 진심

010 초역 채근담

by 무공 김낙범

완성도 높은 문장이란

기발하고 세련된 표현을 담는 것이 아니다.

다만 말하고자 하는 바를

한 번 읽어 마음에 스미도록 알맞게 표현할 뿐이다.

- 초역 채근담


길을 걷다 보면 눈길을 끄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옷이 화려해서가 아니라, 오히려 담백해서 시선이 머뭅니다.
과하지 않고, 자연스럽고, 단정한 모습.
그럴 때 우리는 이렇게 말합니다.
"수수하다."


수수함은 눈에 띄지 않지만, 오래 기억에 남습니다.
그 말 안에는 겉으로 드러나는 장식이 아니라
내면에서 우러나오는 단정함과 절제가 담겨 있습니다.
꾸밈없고 자연스러운 사람, 소박한 공간, 담백한 문장이
우리를 편안하게 만드는 것도 같은 이유일 것입니다.


나와 마님은 화려한 것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한 계절에 한 벌의 옷이면 충분하고,
산책을 나갈 때도 늘 같은 옷차림입니다.
그래서인지 이웃들이 쉽게 우리를 알아보고,
먼저 눈인사를 건넵니다.
편한 옷은 입는 이도 편하고, 보는 이도 부담이 없습니다.


대화 역시 간결한 것을 좋아합니다.
군더더기 없는 말, 단순하지만 중심을 놓치지 않는 말.
복잡하게 얽히지 않으니
쓸데없는 설왕설래가 없습니다.


글도 마찬가지입니다.
나는 역학 책을 집필하면서
되도록 쉽고 간결하게 쓰려 애썼습니다.
덕분에 독자들로부터 "쉽게 설명해줘서 고맙다"는 인사를 자주 들었습니다.
복잡한 이론보다는 본질을 담백하게 전달하는 것이
더 오래 가 닿는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그 결과, 대부분의 책이 2쇄 이상을 찍었고,
그중 하나는 5쇄까지 출간되었습니다.


채근담에는 이런 말이 나옵니다.

"인품이 훌륭한 사람이란

보통 사람과 특별히 다른 점이 있는 것이 아니다.
그저 자신을 꾸미지 않고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살아갈 따름이다."


그 말에 고개를 끄덕입니다.
진정한 아름다움이란
꾸미지 않은 모습에서 스며 나옵니다.
수수함은 단순함이 아니라,
스스로를 비우고 본래의 모습으로 살아가는 용기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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