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4 초역 채근담
해가 지평선 아래로 저문 뒤에도
하늘은 석양으로 아름답게 빛나고,
한 해가 저물어 가는 추운 계절에도
감귤나무는 열매를 맺고 감미로운 향기를 풍긴다.
사람도 마찬가지니
만년이 되어서도 정신을 가다듬으면,
아름답고 향기로운 사람으로 세상의 존경을 받는다.
– 초역 채근담
채근담이 말하는
만년에도 향기 나는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요?
흔히 인생의 후반기를 황혼에 비유합니다.
하루의 끝에 펼쳐지는 아름다운 노을처럼,
오랜 세월 고난과 시련을 견뎌온 인생의 경륜은
그 자체로 감동적인 풍경이 됩니다.
그러한 노을을 만들어낸 사람은
겨울의 감귤처럼,
그 삶 또한 은은한 향기를 품고 있을 것입니다.
감귤은 여름 내내 뜨거운 햇살을 견디며
자신을 갈고닦아
결국 달콤한 열매를 만들어냅니다.
아름다운 노을과 향기로운 열매,
그것은 그냥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견디고 성찰하며 갈고닦은 시간의 결실입니다.
나 역시 돌아봅니다.
과연 나는 그 노을과 열매를 만들고 있는가?
삶의 여정에서
늘 바쁘게 살아오느라
실제 이룬 것은 많지 않습니다.
하지만 은퇴 이후,
비로소 진정한 자아실현의 여정을 시작했습니다.
비록 늦게 시작했지만
늦었다고 해서
노을이 덜 아름다운 것도,
열매가 덜 향기로운 것도 아닙니다.
그래서 다짐합니다.
지금부터라도 마음을 다잡고
나만의 석양을,
그리고 향기로운 삶의 열매를 만들어내겠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