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5 초역 채근담
꽃이 화려하고 아름다워도
상록수의 늠름함에는 견줄 수 없다.
아름답지만 곧 수명을 다하는 것은
수수하게 오래가는 것에 미치지 못한다.
결국 빨리 이루어지는 것은
느지막이 이루는 것만 못하다.
– 초역 채근담
채근담은 우리에게 묻는다.
화려하지만 짧은 것과
수수하지만 오래가는 것
진정으로 귀한 삶은 어떤 것인가?
봄이 오면 목련, 벚꽃, 진달래, 개나리, 철쭉이
산천을 찬란하게 수놓는다.
하지만 그 화려함은 채 한 달도 가지 못하고
곧바로 푸른 잎에게 자리를 내어준다.
푸른 잎은 여름을 견디고
가을이 되어 단풍으로 물든 후
서서히 낙엽이 되어 떨어진다.
화려한 꽃보다, 묵묵히 계절을 통과한 푸른 잎이
더 오래 살아남는 법이다.
상록수는 더더욱 그러하다.
소나무와 잣나무는 계절이 아무리 바뀌어도
사시사철 푸름을 간직한다.
자신의 색을 바꾸지 않고도
기품을 지닌 채 세월을 이겨낸다.
나의 삶도 이 계절 속에서
이제는 겨울로 접어들었다.
하지만 마음은 여전히 봄을 준비한다.
젊은 날에 피우지 못한 꽃,
지금부터라도 피워낼 수 있다.
그 꽃은 단지 잠깐 피었다 지는 꽃이 아니라,
삶의 깊이에서 우러나오는
자아실현의 꽃이 될 것이다.
그리고 그 꽃은
100년에 한 번 피워내는 소철꽃처럼
늦게 피울수록 더욱 귀하고 아름다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