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6 초역 채근담
순식간에 타올랐다가 이내 사라지는 불꽃같은 인생.
채근담은 묻습니다.
누가 더 길고 누가 더 짧은 지를 다퉈 본들,
그게 얼마나 대단한 일이겠는가.
우리는 열정을 자랑하고, 성취를 비교하며
자신의 삶이 얼마나 뜨거웠는지를 증명하려 합니다.
하지만 결국 그것은 도토리 키재기일 뿐.
불꽃은 길어도 짧아도 결국은 사그라들기 마련입니다.
좁디좁은 세상.
장자는 "달팽이 뿔 위에서 다툰다"라고 했습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이 세계가 아무리 크다 해도
우주 앞에서는 먼지 한 톨입니다.
좁은 땅덩이에서 아웅다웅하는 인간의 모습은
달팽이 머리에서 두 뿔이 패권을 다투는 모습과 다르지 않습니다.
이기고 지는 데 몰두할수록
우리의 시야는 점점 좁아집니다.
어느 날, 제주 메리어트 호텔에서 불멍을 했습니다.
장작불이 타오르는 모습은 어찌나 매혹적이던지
빙 둘러앉은 사람들 모두가 말없이
그 불꽃 하나에 집중했습니다.
그 순간엔 아무도
누가 잘났는지, 누가 못났는지를 따지지 않았습니다.
그저 함께 불빛을 바라보고 있다는 사실만으로
우리는 하나였습니다.
문득 어린 시절이 떠올랐습니다.
조그만 돌멩이를 던지며
조금씩 땅을 넓혀가던 땅따먹기 놀이.
누가 더 많은 땅을 차지했는지를 두고 다퉜지만,
그 땅은 한 평도 채 되지 않았습니다.
그 시절엔 그것이 전부였고,
지금의 우리는 더 큰 무대에서
여전히 같은 놀이를 하고 있습니다.
이 이야기를 통해 나는 세 가지 지혜를 얻었습니다.
1. '얼마나'보다 '어떻게' 살아가는지가 중요하다.
불꽃처럼 살다 꺼질 인생, 길이보다 내용이 더 중요합니다.
2. ‘내 영역’이라는 환상에서 벗어나야 한다.
우리는 모두 우주의 한 점일 뿐, 경쟁에 인생을 소모할 필요는 없습니다.
3. 비교를 멈추고, 함께 불꽃을 바라보는 시간이 필요하다.
불멍 앞에서처럼, 모두가 같은 온기로 연결될 수 있습니다.
채근담은 우리에게 조용히 속삭입니다.
“그게 얼마나 대단한 일이냐”라고.
삶의 방향이 흔들릴 때,
경쟁에 지쳐버린 날,
다시 이 문장을 떠올리려 합니다.
달팽이 뿔 위에서 아웅다웅하지 말고,
불꽃 앞에서 잠시 멈춰 서 있으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