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속으로 달려가지 않아도

017 초역 채근담

by 무공 김낙범

삶에 지쳤을 때 사람들은 말합니다.

“모든 걸 내려놓고, 산속에 들어가 살고 싶다.”

“어떻게 해야 어디서든 얽매이지 않고 즐길 수 있을까?”


이 질문을 품고 채근담을 펼쳤습니다.
그 속에서 들려온 지혜는 뜻밖에도 단순했습니다.


채근담은 조용히 말합니다.

"그럴 필요 없다.

진짜 유유자적은 산속이 아니라 마음속에서 시작된다.

재산과 지위가 덧없다는 사실을 안다면,
굳이 세상을 등지고 산속에 들어갈 필요 없다."


삶을 얽매는 건 외부의 조건이 아니라
조금 더 가지려는 마음과
조금 더 오르려는 욕망이었습니다.


우리는 종종 아등바등 살아갑니다.
조금만 더, 조금만 더
결국 삶의 여백을 놓치고 맙니다.
그 욕망의 끝은 결국 또 다른 얽매임입니다.


채근담은 또 이렇게 말합니다.

"술 한 잔, 시 한 구절을 즐길 줄 안다면,
굳이 아름다운 자연을 찾아다닐 필요도 없다."


주말마다 산으로 들로 떠나는 행렬.
그들은 자연으로 향하지만
진짜 이유는 잃어버린 여유일지도 모릅니다.


진정한 여유는 멀리 있지 않았습니다.
일하다가 문득 책갈피 속 시 한 구절을 떠올리는 순간,
퇴근 후 따뜻한 커피 한 잔을 마시는 그 짧은 틈자락.
그 속에서 우리는 얼마든지
자연보다 더 깊은 평안을 누릴 수 있습니다.


유유자적한 삶은
도인의 전유물이 아닙니다.
누구나 일상 속에서 자신에게 만족하며
즐길 줄 안다면,
산속에 들어가지 않아도
마음은 이미 신선이 되어 있습니다.


오늘의 삶은 어디에 머물고 있나요?
산속이 아니라 마음속의 빈 공간에서,
조용히 숨 쉬고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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