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8 초역 채근담
채근담에서는
병들 때와 죽을 때를 늘 생각하라고 말합니다.
그 말이 왜 이토록 마음에 남는지,
술에 얽힌 어떤 기억을 통해 알게 되었습니다.
한때 나는 술을 참 좋아했습니다.
고된 날일수록 술잔은 더 쉽게 기울어졌고,
그렇게 나를 위로한다고 믿었습니다.
어느 날 밤, 술에 만취해 집으로 돌아오던 길이었습니다.
세상이 빙글빙글 돌더니
하늘과 땅이 하나로 맞닿는 듯했습니다.
그 순간, 정신이 번쩍 들었습니다.
‘나는 지금 살아 있는 걸까?
아니면… 이미 죽은 걸까?’
꿈인지 생시인지 구분이 안 될 땐
꼬집어보면 안다고 했지요.
얼굴을 꼬집어봤습니다.
그런데 아무런 감각이 없었습니다.
“죽었구나.”
이곳이 천국인지, 지옥인지조차 알 수 없었습니다.
길에 주저앉아 한참을 앉아 있었습니다.
시간이 흐르자 서서히
하늘과 땅이 다시 나뉘기 시작했습니다.
정신이 돌아오고,
다시 한 번 얼굴을 꼬집어봤습니다.
그제야 통증이 느껴졌습니다.
“살았구나.”
그날 이후 술을 끊었습니다.
죽음을 스치고 나니
술맛이 싹 사라졌습니다.
채근담의 문장을 다시 떠올립니다.
“병들 때와 죽을 때를 늘 생각하라.”
욕망은, 그렇게 사라지는 것입니다.
억지로 억누르지 않아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