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3 초역 채근담
채근담은 말합니다.
“자연에 따스한 기운이 필요하듯이,
사람의 마음에도 즐거움이 없어서는 안 된다.”
삶은 마음먹기에 달려 있다고 하지만,
그 마음이 늘 가볍고 즐겁지만은 않습니다.
짜증이 나고 무거운 감정에 휘둘리면,
하던 일도, 쓰던 글도, 심지어 산책조차 버겁게 느껴집니다.
어제는 그런 날이었습니다.
하늘에 구름이 가득했고,
곧이어 빗방울이 하나둘 떨어지기 시작했습니다.
몸과 마음이 동시에 눅눅해해 지고
한없이 늘어지며 무거워지기 시작했습니다.
의욕은 바닥나고,
머릿속은 흐릿하며,
펜 끝은 멈춰 있었습니다.
억지로 무언가를 해보려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럴 땐, 그냥 멈추자.’
억지로 굴리는 수레보다
잠시 멈춰 세우는 것이 더 나을 때도 있습니다.
그래서 창가에 앉았습니다.
따뜻한 커피 한 잔을 내려놓고,
조용한 클래식 음악을 틀었습니다.
비 내리는 풍경을 바라보며,
천천히 숨을 골랐습니다.
그렇게 한참을 앉아 있으니,
어지럽던 마음이 조금씩 가라앉기 시작했습니다.
하늘의 구름이 걷히듯이
묵직하던 감정이 조금은 맑아지는 느낌이었습니다.
역시 즐거움은 거창한 게 아니었습니다.
고요한 시간, 조용한 음악, 한 모금의 따뜻함.
그것이면 충분했습니다.
채근담은 또 말합니다.
“맑고 온화한 날씨에는 물과 나무도 기뻐한다.”
날씨가 흐리다고,
마음까지 흐릴 필요는 없겠습니다.
내 안에 맑은 날씨 하나쯤 품고 있다면,
밖이 아무리 흐려도 무너지지 않을 수 있습니다.
어두움을 걷어내고,
스스로 맑고 온화한 날씨가 되어보자고 다짐합니다.
그러자 한결 기분이 나아졌습니다.
즐거움은 밖에서 오는 게 아니라
마음 안에 깃든 햇살에서부터 시작된다는 걸,
그제야 조금 알 것 같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