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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머무는바람 Nov 30. 2020

세상의 속도가 가끔은 버겁다

나는 왜 브런치에 있는가?

 아는 선배의 글이  브런치에 소개됐다고 했다. 아 브런치~  그것은 내가 즐기는 '먹기'가 아닌 나 혼자서만 사명감을 갖고 있는 '읽기''쓰기'의 생소한 공간이렷다!

 부지런히 앱을 깔고 선배의 글을 찾아 읽고 감성 촉촉한 채로 댓글을 달고 요리조리 브런치 여행을 즐긴다. 오호오라~  작가들도 많고 재미진 글들도 많구나~ 이것저것 눌러보고 들어가 보고  하다 보니 오잉? 내 브런치가 생겼다! 쿠쿵!! 뭘 어떻게  해야 하는 건가  하는 순간 쓴 글도 없는데 작가 신청도 눌러져 버렸다. 아이쿠야...

 어쩌다 들어간 카테고리에서는 7전 8기 만에 브런치 작가가 된 이야기며 브런치 작가를 지원하는 여러 분들의 유쾌 발랄한 사연들이 나를 잡아끈다. 나가야 한다. 아직 준비가 안된 나는 부끄러울 따름이다. 뭐라도 끄적여 놓자. 브런치 맵을 잘 공부해 보는 거다.

 아  낼모레 50, 벌써 세상의 속도를 따라잡기 버거운 나는...왜 여기 있는가...


"허 참, 어떻게 콤퓨타로 송금을 해지는고?"

 20여 년  전 처음 인터넷 뱅킹이 이용되기 시작했을 때 60대 아버지는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못하셨다. 막냉이인 내가 옆에서 아무리 설명을 해도 막무가내의 눈빛이셨다.

"에구에구 그냥 꼬딱꼬딱 걸어가서 은행 직원한테 부탁하면 되지. 근데 참 이상하다. 콤퓨타에는 선만 어지럽게 있는데 그게 어떻게 돈을 보내고 돈을 받는다는 말인지 원. 세상 참 요상허네. 그거 위험한 거 아닌가?"

 은행 마감 시간과는 상관없이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다고 시간도 아낄 수 있고 요새 사람들은 다 안전하게 사용한다고 그리 말씀드려도 손사래를 치시는 아버지를 보면서 당시에는  "참 아빠두. 걱정도 팔자 셔."하며 넘겨버렸다. '그래, 당신들이 이해 못하시는 것두 당연하시지. 연세가 있는데'

 그 말이 고스란히 20년 후 나에게 돌아온다. 그래도 나름 부지런히 시대를 공부한다고 생각했었는데 언제부턴가 스마트폰을 바꾸면 기능에 적응하기가 쉽지 않았다. 무슨 기능이 그리 많은지 진짜 사용설명서를 공부해야 겨우 대충이라도  내 폰을 활용할 수 있었다. 그럼에도 모르겠는 건 두 아들들에게 물어보는데 이게 또 참 기분이 그렇다.

 "어우야~ 그게 어떻게 그렇게 되냐? 신기허네~"

 "이거 혹시 피싱당하거나 하는, 위험한 건 아닌가?"

 분명히 설명 들을 땐  알 것 같았는데 다음번에 보면 또 새로워 보이는 건 어쩔 수 없다. 게다가 신문물 앞에서 극도로 소심해진 채 두려운 마음도 언뜻 스쳐가기 일쑤다.

 "아 엄마~ 이건 그때 얘기해 준 건데~~"

아들의 목소리에 짜증이 조금씩 묻어날 즈음이면 불쑥 자격지심도 든다. 참 나 원 그까짓 거, 뭐 그렇게 유세라고. 폰이 전화 잘 되고 사진이나 좀 찍어지고 톡이나 sns도 좀 하면 되지. 니 엄마가 그 정도는 하는 사람이야. 니네 어릴 때 하루 종일 똑같은 걸 물어봐도 싫은 기색 없이 똑같은 대답을 백 번이고 천 번이고 즐겁게 해대던 엄마인 걸 너희가 알 턱이 있겠냐. 애꿎은 애들 기억에도 없는 시간까지 소환하며  진심으로 빈정 상해 욱~ 한다.


큰소리는 치지만 솔직히 고백해본다. 이제쯤 되니까 세상의 속도가 가끔씩 버거울 때가 있다. 

어느 틈엔가 사람의 자리를 차지하고선 나에게 이래저래 많은 요구를 해대는 카페와 햄버거 가게의 키오스크 앞에서 그 많은 질문에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모르는 주눅 든 학생처럼 머뭇대다가 결국은 주문대로 향할 때의 그 민망함!  20여 년 전의 내 아버지도 이런 암담함이 있으셨던 게다. 속도를 따라가고자 하는 만큼 버거움도 커진다. 그럼에도 나는 왜 브런치에 있는가? 쿨하게 세상의 속도에서 자유로워지련다. 속도를 따라잡으려고 허둥대는 대신  속도에  마음을 맡기며 우아하게 브런치  작가들의 이야기  사이를 유영하련다. 그게 내가 여기 브런치에 있는 이유다. 중력을 거스르는 비장함으로 세상의 속도를 버티련다. 


 이렇게 비장하게 써두고 근 몇 개월의 시간이 흘렀다. 서랍 속에만 몇 개의 글을 끄적여 놓고 괜히 작가 신청을 했다가 떨어지면 부끄러울까 봐 신청을 미루고 있었다. 그러던 또 어느 날 그 비장함이 다시 찾아온 그날, 눈 딱 감고 신청서를 눌러버렸다. 그리고 다음날 도착한 축하의 문자! 이제 브런치의 세계로 들어간다. 너무 비장하지 않게 조심하면서 쿨하게 첫 발행을 눌러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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