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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머무는바람 Dec 23. 2020

흔한 제주 마을길 풍경

신촌 마을길을 짧게 걸어보았다 


시작은 골목 구경이 아니었다. 이 마을에 있다는 신촌 향사와 조군현 가옥을 찾아볼 요량이었다. 

일주동로에서 바닷가 쪽으로 내려가는 마을 초입에서부터 앙증맞은 돌담 올레길이 아기자기하다. 깔끔하게 정리된 키 낮은 돌담은 마을을 더욱 정겹게 빛내준다. 그 소박한 길을 따라가다 보니 우뚝하게 선 마을의 폭낭을 반갑게 만나 인사한다. 세 갈래길이 만나는 중심에 선 멋들어진 폭낭 뒤로 귀여운 벽화도 함께 한다. 폭낭을 만났다는 것은 이제 본격적인 마을의 시작이라는 말이다.

신촌 마을 폭낭


폭낭을 지나 포구 쪽으로 좀 더 내려오니 고택 하나가 아담하게 자리를 잡고 있다. 이 고택이 바로 신촌 향사. 마을의 공무를 처리하던 곳이었던 신촌 향사는 여러 차례 고쳐지면서 원래의 형태에서 많이 바뀐 것으로 보인다. 특히 최근 보수 때 침수에 대비하여 지대를 높이면서 아쉽게도 본래의 분위기를 거의 잃었지만 우리나라에 별로 많지 않은 용도의 건물로 주목받고 있다. 

신촌 향사

지금도 이곳에서는 마을제(포제)와 풍어제를 지내는데 조선 철종 이후 계속되어왔다고 전한다. 이때는 여자의 출입을 금하며 온 마을 사람들이 돈을 조금씩 모아 제례 비용으로 사용한다. 그래서인지 신촌 향사 마당에는 오랜 정성들이 쌓아 올려진 듯한 돌탑이 자리 잡고 있다. 

신촌 향사 내 돌탑


신촌 향사 골목에서 뜻밖에 만난 맞은편 돌집. 제주 신촌 돌집이라는 명패를 단 이곳은 가족 단위로 집을 빌려주는 모양이다. 작은 돌집은 앙증맞고 편안해 보인다. 제법 넓은 마당은 각종 꽃들이 자리하고 있다. 심지어는 꽃이 피어 있기까지. 이렇게 포근해 보일 수 있을까? 담 너머를 자꾸 기웃기웃하게 만든다.

신촌 향사 이웃 돌담집


한참을 돌담 집 마당을 까치발로 구경하다가 다시 폭낭이 있는 쪽으로 올라간다. 폭낭 옆 구불구불한 올레길의 안내에 따라가다 보면 잘 정돈된 초가 입구를 만나게 된다. 올레길 입구는 그리 넓지 않지만 길게 펼쳐진다. 올레길 막바지에는 와가와 초가를 한꺼번에 볼 수 있는 조군현 가옥과 그 이웃집들이 넓게 자리해 있다. 돌담 사이 올레길을 걷는 기분이 썩 좋다. 차곡차곡 쌓아 올려진 돌담의 매력이 물씬 풍긴다.

조군현 가옥 입구 올레길


조군현 가옥은 지방의 향리직인 주사를 지낸 상류층이 살던 가옥으로 ‘조주사 댁’이라고도 한다. 입구는 제주도 민가의 일반적 형태인 초가집으로 소박해 보이지만 안쪽으로는 관직에 있던 관원이나 지방 세력가층의 집으로 지어진 와가 2채가 들어앉아 있다. 현무암으로 두른 외벽과 띠를 덮어 굵은 동아줄로 얽어놓은 특이한 모습이 눈길을 끈다. 밖거리인 초가와 안거리인 와가 모두 도 민속문화재로 지정되어 있다. 아쉽게도 문이 잠겨 있어서 밖에서만 봐야 했지만 정말 단아한 멋을 느끼기에 충분하다. 특히 제주도 전통 기와집의 특징을 잘 보여주는 가옥으로 보존 가치가 크다고 한다.

조군현 가옥 입구 초가
안쪽으로 보이는 와가

돌담이 이어진 신촌 마을길은 올레 18코스로 이어져 삼양 바닷가까지 금방이다. 마을의 현재와 과거가 잘 어우러지는 풍경을 즐기다 보면 순식간에 신촌마을에서 삼양으로 공간 이동을 한 듯한 느낌이다.

검은 모래 해변으로 유명한 삼양 바다가 눈앞에 펼쳐진다. 제주 바닷가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규모 큰 카페에도 들어가 본다.

바다 품은 흔한 제주 카페 뷰
제주 돌담을 형상화한 제주돌담빵

흔한 돌담 올레길에, 흔한 마을길, 담 너머로 가지를 늘어뜨린 흔한 야자수와 귤나무, 더 흔한 바다 뷰의 카페가 있는 제주 마을. 그 흔한 것들에 마음껏 마음이 설렌 하루다. 이런 설렘의 마을길, 시리즈로 뛰쳐나가 걸어봐도 좋을 일이다.



*이 매거진의 글은 제주시정 홍보지 <열린제주시>의 '일과 열정'란과 제주시블로그에 게재된 원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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