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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머무는바람 Jul 10. 2021

절 떠난 돌미륵의 집 찾기

절 떠난 돌미륵의 집 찾기


어쩌다 식당 향나무에 기대게 됐을까?

덕절 미륵불, 

손 모아 기도하는 사람들 

서쪽으로 붉게 비끼는 그림자를 끌고 사라진다

그 미륵불이 나였던가?      


5월 하얀 감귤꽃 향기를 실은 바람이 살랑

맑은 바람 속에는 옹성대는 키 작은 귤나무들이 들었다

돌담 사이 바람이 내어준 길을 따라 

무수한 바람을 쏟아내던 사람들의 간절함이 

무수천 트멍길 위로 서성인다      


5월 바람만이 안다 초록도 푸른 바람도 아닌 

하얀 감귤꽃의 노랑 바람만이 안다

그래, 그때 나는 발밑에 흐르던 우물 샘터에 목 축이고 

그 시간을 고스란히 간직한 와편의 무늬가 바람결로 남았지

마음만이 함껏 일렁이며 남았지        


5월 바람이 불면 비로소 감귤꽃향 따라 집 찾아 나설 테야 

오래도록 붙박인 발길만 재촉할 뿐 

감귤꽃향 머리에 인 바람은 그새 지고 

나의 그리움도 그저 지고 말아       


향 터지는 귤꽃 바람처럼 다시 올 날, 

바람의 순례길 되짚어 

몸에 피어난 하얀 기억을 새길 테야


향나무 밑 짙은 그리움은 

길게 쌓여만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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