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시세끼 먹듯이 열심히 삼시세글을 써보겠노라고. 물론 그렇게 해맑고도 쉽게 한 약속은 실천력 제로의 처참함만을 남겼다. 하루 한 개의 글도 올리기 힘들어서 3일에 한 번, 5일에 한 번 점점 그 사이가 벌어지더니 한 달에 한 번, 급기야 브런치에서는 "작가님의 꾸준함이 재능으로....."라든가 "출간의 기회는 마법처럼....."류의 어르고 달래는 메시지를 보내기 시작했다.
너무 미안하면 미안하다는 말조차 할 수 없다고 했던가. 그 마음이었다. 애써 외면하다가 미안함이 터져버리면 슬그머니 쪽글 하나 올리고 눈만 데굴거리길 몇 번. 결국 "작가님 글이 보고 싶"다는 브런치의 황송한 고백에 뒤이어 "돌연 작가님이 사라졌습니다ㅠㅠ"라는 실종 메시지를 받기에 이른 것이다. 기다리는 독자들이 있을는지는 모르겠지만 이쯤 되니 이거 마음이 이만저만 불편한 게 아니다.
나는 왜 브런치에 글 올리기를 주저했을까?
가만히 생각해 보면 단순히 게으른 것만의 문제는 아니었다. 사실 내가 쓰고 있는 글이 읽힐 수 있는 글인가, 너무 가볍고 나약한 글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나를 괴롭혔다. 다른 작가 분들의 글에 비해서 참 초라하게 느껴지는 그 복잡한 심경이라니. 처음에야 멋모르는 뻔뻔함으로 이것저것 생각이 없었음을 고백해야겠다. 조금씩 제정신을 찾아갈 즈음부터 내 글을 나름 객관적으로 보고자 했으니 그때부터가 마음의 지옥이 시작된 듯하다.
글을 올려놓고 좋아요와 댓글에 더 신경을 쓰고 수시로 브런치를 기웃거리기 일쑤였다. 내 글에 집중을 하는 게 아니라 글 외적인 것에 한껏 홀려버린 모습 그 자체였다. 마음이 지쳐가니 흥이 나지 않고 생 초자의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해 버린 것이다. 젯밥에 관심이 몰렸으니 이제 생각해도 얼굴이 화끈거린다. 내 손을 떠난 글들에 대한 무한 책임감과는 반비례로 나타나는 자신감이 나를 롤러코스터 태우듯 했다. 결국엔 손 놓고 모른 척 외면하는 수밖에 딴 방법이 없었다. 이게 다 무슨 의미인가 하면서 애써 쿨한 척, 괜찮다 괜찮다 의미 없는 주문만 외워댔다.
12월 31일, 그리고 1월 1일... 뭔가 또 마무리하고 시도해야 할 것 같은 시간이다.
병증처럼 주섬주섬 주워 올린 것이 또 글이다. 내 공간임에도 누가 볼세라 슬그머니 들어왔다가 서둘러 빠져나가던, 내팽개치다시피 한 나의 브런치 공간이 불쌍하다. 큰맘 먹고 다른 작가분들의 글도 둘러보았다. 오랜만에 만나는 익숙한 작가님들의 이름이 참 반갑게 눈에 들어온다. 다들 꾸준히 글밭을 일구고 계셨구나. 자신만의 속도로 꾸준히 걸어가는 빛나는 글벗님들. 아 이렇게 또 새해 기운에 취해 마음이 뛰어도 좋을 일인가. 경계하는 마음이 들면서도 그리 나쁘진 않다. 일단 발행한 글들을 주제별로 묶어놓자. 그리고 마음이 가는 주제로 글을 하나씩만 써 보는 거야. 어떻게 해도 작년보다는 낫지 않겠어? 뭐든 시작하려면 각부터 잡아놓는 습관이 도지면서 또 또 올해의 주문을 만드는 나의 모습. 그래 사람이 어디 그리 쉽게 변하겠는가. 마음 가는 글밭 하나 잘 가꾸진 못해도 잡초밭만 만들지 말자는 마음이 소박한 건지 거창한 건지 알 수는 없으나 일단 2022년 첫 글, 유령작가의 반성문으로 시작이다. 모든 글벗님들의 새해 새날에 무한한 필력 함께 깃드시길. 다음은 만두부터 만들고 생각하기로. 만두 빚으러 휘리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