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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머무는바람 Mar 25. 2022

잊지 않을 용기, 기억을 품다
-세월호 제주기억관

세월호 제주기억관

  

 봄비라고 하기엔 제법 빗방울이 굵다. 쌀쌀해봤자 봄이라고, 명랑하기만 했던 마음이 살짝 토라진다. 꽃샘 추위, 매번 그 위세를 잊기 일쑤다. 슬그머니 도로에 나타나다 사라지길 반복하는 옅은 안개를 가르며 봉개동 도로를 따라 올라간다. 4.3평화공원에 막 닿기 직전 오늘 만나 볼 공간이 눈에 들어온다. 노란리본을 단 2층 목조건물, 바로 세월호 제주기억관이다. 이들이 지키고 있는 기억들은 어떤 모습일까. 그 기억 공간으로 들어가 보자.     


그 배 세월호, 8년의 기억

 우리 국민이라면 아무리 오랜 세월이 흐른다 해도 결코 잊을 수 없는 세월호 참사. 2014년 제주로 향하던 아이들의 들뜨고 설레는 마음이 처참하게 침몰하는 모습을 고스란히 바라보고 있을 수밖에 없었던 그날의 무력함과 자괴감이 또다시 깨어난다. 시간이 흐르면 옅어지고 희미해져서 아무렇지도 않을 거라는 기대는 8년의 세월 속에 오히려 또렷한 생채기로 덧나 아프다.      

 단출하지만 아기자기한 이 공간에는 아이들의 설렘이 생일을 맞은 환한 웃음의 사진으로, 그들을 그리워하는 마음은 유가족들이 제작한 다양한 수공예품으로, 우리들이 느꼈던 무력감과 미안함은 절절한 편지와 노란 리본과 방명록으로 꽉 채워져 있다. 그렇게 8년의 시간이 박제된 채 눈앞에 펼쳐진다.      


세월호 제주기억관의 약속

 세월호 제주기억관은 지난 2019년 11월에 문을 열었다. 아이들이 그토록 오고 싶어하던 제주에 아이들을 위한 기억공간을 만들자는 생존학생 아버지의 제안으로 4.16 가족협의회와 평화쉼터(대표 신동훈)의 협약이 이루어져 운영되고 있다. 

 무엇보다 제주도민은 물론이고 제주를 찾는 관광객 그리고 세월호에서 살아남은 생존자 등 많은 이들이 편안하게 찾아 세월호를 이야기할 수 있는 ‘대중적인 기억과 사람의 공간’을 약속하고 있다. 이를 위해서 많은 기억지기들이 기꺼이 자신들의 시간을 내어 봉사하며 함께 하고 있다.     

 세월호의 기억을 공유하기 위한 관광지나 숙박시설, 서점, 카페 등 200여 곳의 기억나눔터에는 세월호 리본과 4.3 동백배지 등을 비치하여 방문하지 못하는 관광객들과도 함께 나누고 있다. 물론 이 세월호 리본 작업도 많은 자원봉사자들이 힘을 보탠다. 근래에는 3000여 시민들의 서명으로 세월호 제주기억관 앞에 버스정류장이 설치되어 더 편하게 방문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우리들의 책임

 매해 4월이면 세월호 추모기간을 운영한다. 올해에는 특히 청소년들이 중심이 되어 8주기 프로젝트를 주도적으로 이끌 예정이다. 이미 2월에 청소년 공모전을 진행했고 3월엔 유가족들과 함께 하는 시간도 마련했다. 4월에는 분향소 운영 및 영화제, 제주식 기억식과 6개의 청소년 체험부스가 세월호 제주기억관 내에서 풍성하게 이루어질 예정이다. 어른들은 청소년들의 서포터즈 역할을 하며 응원하게 된다. 

 기억을 지키고 다음 세대에 이어 주는 것, 다음 세대의 기억을 응원하고 함께 하는 것이 세월호 제주기억관과 기억지기들이 보여주는 열정이 아닐까. 그 열정이 우리가 가지는 책임의 다른 이름일 것이다.      

 또다시 4월이다. 제주의 4.3이, 세월호 아이들의 사라져버린 꿈이 시리게 아픈 4월이다. 아프다고 잊는 게 아닌 아프니까 끝끝내 기억해서 다시는 이런 아픔이 되풀이되지 않게 할 일이다. 세월호 유가족들에게는 위로가, 우리들에게는 길이 되어 묵묵히 걷고 있는 세월호 제주기억관과 기억지기들의 수고와 열정에 마음껏 응원을 보낸다.



*제주시정홍보지 <열린제주시> '일과열정'에도 게재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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