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는 화산섬이라는 특성상 물이 아주 귀한 곳이다. 그래서 제주 사람들은 암석이나 지층의 틈새로 몽글몽글 솟아나는 기특한 용천수에 기대어 마을을 꾸리고 삶을 챙겨왔다. 용천수에 샘솟는 건 단순히 물만이 아니다. 제주 사람과 마을의 역사와 문화가 솟아나고 제주 자연의 아름다움이 솟아난다.
제주의 생명수라고 일컬어지며 옛 제주인들의 생활 공간과 노동 공간, 소통의 공간이 되어준 용천수. 각종 개발과 사용으로 과거 1025곳에 이르던 용천수는 현재 661곳 정도만 그 명맥을 유지하며 안타까움을 주고 있다. 그 가운데 주민이 직접 지역의 용천수를 지키겠다고 나선 반가운 이들이 있다. 바로 제주시 조천리 주민들의 ‘조천용천수지킴이’가 그들! 그들의 맑고 투명하게 빛나는 열정의 현장으로 찾아가 보자.
반짝, 마을의 보물을 품다
“2020년도 4월경 ‘용천수보전관리방안마련’의 협의체가 만들어지면서 시작됐어요. 지역주민 참여형 용천수지킴이(해설가) 구성 및 활동 계획을 공유하고 용천수 탐방을 통한 해양생태 자원조사 모니터링도 시작했지요. 또 조천용천수 해설안내판도 재점검하고 주민모집을 통한 ‘조천리 용천수 보전 관리방안 교육’ 이나 주민들을 상대로 한 조천리 용천수 설문조사도 이루어졌답니다. 협의체로 인해 차츰 활동 범위가 커진 거죠.”
ㅡ 조천용천수지킴이 김수정 대표
23개의 용천수를 만날 수 있는 조천. 시작은 사소했지만 그렇게 그들은 반짝이는 마을의 보물 용천수를 기꺼이 품었다. 그리고 그들이 한 발 한 발 내딛는 걸음은 그 보폭이 점점 크고 당당해지는 모습이다. 지난 12월에는 조천야학당 공간에 조천리 용천수 문화센터를 연 그들이기에 그 걸음이 더욱 궁금하고 기대가 된다.
용천수에서 마을을 긷다
“마을의 용천수는 지금도 주민들이 사용하기도 해서 정화활동은 기본이고 학생, 성인들을 대상으로 탐방활동도 이루어집니다. 용천수에 얽힌 제주민들의 삶의 방식은 물론 용천수 설화, 해양보호종, 해양동식물 등 많은 이야기를 만날 수 있는 시간이죠.”
정화활동 후 또다시 밀려드는 해양쓰레기를 보면 기운이 빠지다가도 함께 한 학생들이 ‘나중에 커서도 이 모습이 그대로였으면 좋겠어요.’, ‘저희가 도와드릴게요.’, ‘두이빨사각게, 아직 기억해요.’ 라고 말해주면 또 힘을 내게 된다는 조천용천수지킴이들! 어쩌면 이들은 용천수를 따라 마을의 지나온 문화와 역사, 자연 뿐만이 아닌 미래의 싱그러운 시간을 길어 올리고 있는 건지도 모른다.
이음 혹은 엮음
“처음에는 별 관심을 보이지 않던 마을 분들이 차츰 활동에 참여하려고 하시고 열심히 한다고 말씀도 해 주셔서 크게 힘이 되죠. 그래서 올해도 많은 활동을 계획 중에 있어요. 또 지난해에 이어서 우리 조천초등학교 학생들과 바다지킴이 활동을 할 계획이라서 기대가 크답니다.”
제주에서 용천수지킴이 활동의 시작이라는 이들 11명의 열정은 다른 지역 활동에 활발한 기운을 전해주기에 충분하다. 특히 조천초등학교 학생들은 용천수 탐방 활동을 학교 동아리 활동과 연계해서 ‘제주의 핏줄인 용천수’라는 주제 탐구로 전국대회 금상을 받을 정도로 관심을 가져오기도 했다. 이렇게 조천용천수지킴이의 활동은 이어지고 엮어져 또 다른 반짝임을 선사한다.
“제주의 물이 중요하고 아껴야 한다는 건 누구나 아는 사실이지요. 그리고 그것이 사람을 위해서만이 아닌 살아있는 모든 생명을 지키는 길이라는 것도요. 아는 것으로 끝나지 않고 기꺼이 함께 실행할 수 있는 제주 시민들을 더 많이 만나는 것, 이것이 바로 우리 조천용천수지킴이의 활동 목적이죠.”
모든 제주시민이 지킴이가 될 수 있길 바란다는 조천용천수지킴이의 씩씩한 목소리에서 제주사랑과 환경사랑의 마음이 퐁퐁 솟아나는 것 같다. 그들의 용천수처럼 맑고 투명한 열정이 훅 마음속으로 걸어 들어왔다.
*제주시정홍보지 <열린제주시> '일과열정'에도 게재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