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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머무는바람 Mar 31. 2022

박새, 딱새 환영! 입주새 모집!

앞마당 조류 모니터링

 

 “헐, 엄마. 진짜 새집 만들었네. 진짜 새를 기르려구요?”

 뚝딱뚝딱, 인공 새집을 금세 조립하고선 뒷동산 나무에 새집을 달러 가자고 재촉하는 나에게 큰아들은 눈이 동그래져서 묻는다. 식물이나 동물 기르기에는 영 젬병이인 엄마가 무슨 바람인가 의심 가득한 눈초리다. 

 “엄밀히 얘기하면 앞마당 조류 모니터링이야. 이 인공 새집에 보금자리를 트는 조류를 은밀하게 모니터링 하는 거지. 어때 재밌겠지?”

사뭇 들뜬 내 모습에 큰아들은 군소리 없이 임무를 수행한다.      


 일단 인공 새집을 달 곳을 잘 물색해 봐야 한다. 수시로 둥지 안을 모니터링 해야 하기 때문에 너무 높은 곳에 달면 안 된다. 나무도 잔가지가 많으면 고양이가 올라타 새들을 해칠 수 있기 때문에 미끈하게 잘 생긴 나무를 골라본다. 오가는 사람들이 너무 많으면 사람들 손을 탈 수도 있기 때문에 적당히 외진 곳이면 좋겠다. 그러면서도 따뜻한 남향으로 하면 금상첨화다. 새 한 마리 둥지 트는 것도 이렇게나 까다롭다. 새나 사람이나 똑같다.      


 맞춤한 곳을 찾았다. 내 키 정도 높이에 태풍에도 거뜬하게끔 탄탄히 달아맨다. 이제 이 아늑한 고급 인공 새집에 어떤 새든 입주만 해주면 된다. 일주일에 한 번씩 모니터링을 하다가 새가 입주하고 부화를 하는 순간이 오면 일주일에 두 번씩 모니터링 하게 된다. 다행히 주변에 새소리가 낭랑해 금방 분양 완료가 될 것 같은 기분 좋은 예감이다.     


 큰아들뿐만 아니라 애들 아빠와 둘째에 시어머니까지 온 가족이 나의 조류 모니터링에 관심이 크다. 도대체 엄마는, 아내는, 며느리는 왜! 뜬금없이 앞마당 새들에게 꽂혔단 말인가 하고 말이다. 


 사실 조류 모니터링은 곧 내게 닥칠 무료함을 미리 방지하기 위한 나의 큰 그림이다. 인공 새집을 설치한 2월은 집이 오랜만에 복작대던 때였다. 3월 군입대를 위해 내려와 있던 큰아들과 방학이라 기숙사에서 나와 있던 고등학생 둘째까지, 실로 2년 만에 완전체가 된 가족의 시간이었다. 


 그러던 것이 3월이 다가오자 곧 개학과 군입대로 아들 둘이 한꺼번에 부재할거라는 생각만으로도 벌써 집이 텅 빈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더욱이 군대를 보내는 건 학교 때문에 떨어져 지내는 것하곤 마음의 허한 정도와 깊이가 달랐다. 


 손 갈 아이들이 없으니 편하겠다고 주위에서는 말하지만 당분간은 편한 만큼의 허전함과 무료함을 달랠 무언가가 필요하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 눈에 들어온 것이 단국대에서 실시하는 앞마당 조류 모니터링 프로젝트였고 잽싸게 신청해서 오늘에 이른 연유다.      


 큰아들은 지난주에 입대했고 네 번의 모니터링에서 아직 입주한 새는 확인하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하루하루 아들에게 인터넷 편지를 쓰는 설렘만큼이나 모니터링 하는 날을 기다리는 일주일의 설렘도 크다. 그저 시끄럽게 삑삑 대며 베란다 앞 벚꽃나무를 찾는 이름 모를 새들도 어쩌면 그렇게도 반가운지. 인공 새집을 살펴보러 오고 가는 길에 한껏 피기 시작한 벚꽃과 목련, 매화꽃으로 어느새 내 마음도 봄빛이 스며들고 번져 생기를 얻는다.      


 가끔은 절대 내가 할 것 같지 않은 일을 미친 척, 해볼 만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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