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인실 입원실에서 이틀을 지낸 엄마는 얘기할 사람도 없고 심심해서 안 되겠다고 병실을 옮겨 달라셨다. 그래서 빈 방이 나오는 대로 옮긴 것이 바로이 6인실! 이곳에는 여섯 명의 환자와 두 명의 간병인, 나를 포함한 보호자 두 명까지 열 명이 함께 지내고 있다.
아침에 수술실에 들어간 엄마는 3시간이 넘도록 오지 않고 스멀스멀 대는 방정맞은 생각을 지우느라 하릴없이 그 풍경을 찬찬히 살펴본다.
엄마보다 한 살 아래인 여든 네 살의 옆자리 삼춘. 폐섬유화로 수술도 못하고 산소 기계 콧줄을 달고 있는데 정작 당신은 그저 폐렴인 줄로만 알고 있다고 간병 이모가 귀뜸해준다. 그러면서 자면서도 한 시간에 한 번씩 화장실을 가는 통에 잠을 못 자서 머리가 다 아프다는 말은 또 어쩌면 그렇게 야박하게 들리던지.
그 옆의 씩씩한 목소리의 여장부형 삼촌은 이미 이 곳에서만 열흘에 서울 병원까지 근 한 달을 병원 생활했다며 전설 같은 입원 이야기가 토크박스처럼 끊이질 않는다. 조카가 원무과에서 근무하기 때문인지 간호사들 뿐만 아니라 회진 도는 의사에게도 척척 호탕하기가 이를 데 없다. 남자 삼춘한테 퇴원일을 알리는 전화를 들어보니 그 일사분란한 지시가 혹시 젊은 시절 여군은 아니었을까 하는 합리적 의심이 절로 든다.
벌써 한참을 지금의 할머니를 돌보고 있다는 조선족 간병인 이모는 “이불은 어디서 가져와야 될까요?”라는 질문에 “그 쓰레기는 저쪽 돌아서 버려야 함다.”라고 대답하며 가끔씩 산으로 가는 의사소통이 흠이기는 하나 할머니에게 “엄마, 엄마”하며 살뜰히 챙기는 후덕함이 매력이다. 그렇다고 마냥 무른 사람은 아닌 만만치 않은 면모가 있었으니 화장실에서 머리를 감고 온통 물바다를 해 놓은 채 나온 저 커튼 뒤의 신비의 환자에게 똑 떨어지는 목소리로 "이렇게 엉망으로 해놓으면 우리 환자들은 어떡하란 말입니까. 이거 빨리 닦아야 함다."라는 한 마디로 예기치 못한 긴장 상황을 연출하기도 했던 것이다.
맞은편의 퇴원을 기다리는, 이 입원실에서 제일 젊은 아기 엄마는 알지 못하는 사이에 웬 벌레에게 물렸는지 주먹대장도 울고 갈 정도로 퉁퉁 부은 팔로 일주일을 지냈단다. 참 그 정체모를 독기 품은 벌레를 원망하는 목소리가 높지만 그래도 퇴원의 기쁨이 입꼬리에 묻어나는 건 어쩔 수 없다.
입원실 환자 중에서 가장 신비주의를 고집하고 있는 저 끄트머리 침상의 주인장은 늘 커튼을 쳐 놓아 누구에게도 자신을 드러내지 않으리라는 단호함이 엿보인다. 혼자 떠 있는 섬 같은 외로움 사이로 간혹 통화 중 흘러나오는 키득키득 웃음소리가 유일하게 이 입원실과는 어울리지 않는 모양새다. 하지만 그렇게 꽁꽁 벽을 쳐 놓아도 사람의 호기심까지는 막아내지 못해서 초고속 와이파이마냥 활짝 펼친 팔랑귀에 교통사고로 입원했다는 이야기며 차 수리비 80만원에 속이 터졌구나 하는 짐작에 작은 소리지만 남자친구인지 남편인지 모를 상대와 소리 없는 아우성과 같은 전쟁을 치르고 있음을 능히 짐작케 한다. 그 와중에도 간호사만 보면 밤에 잠을 잘 수가 없다며 수면제를 두 알씩 처방해 줄 수 없냐며 우격다짐하는 목소리가 자주 들리곤 해서 간호사가 당황하는 건 물론이거니와 몰래몰래 이야기를 훔쳐 듣는 내 마음마저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덜컥이게 하기도 한다. 아직 그 모습을 본 적 없어 어떤 환자인지 늘 궁금함을 가지고 저 커튼이 열리길 오매불망하는 마음이 생기기도 하는 상황이라니.
그러는 사이 수술을 끝낸 엄마의 반가운 모습이 입원실로 들어선다. 하마터면 장기까지 절제할 뻔했지만 다행히도 깔끔하게 수술이 잘 되었다는 의사선생님의 말에 애면글면 대던 마음이 순식간에 노롯해진다. 연세가 있으니 빨리 퇴원할 수는 없을 거라는 간호사의 목소리도 꽃바람처럼 향기롭다. 금방까지 무거운 공기에 잡아먹힐 것 같았던 입원실이 서로의 건강을 염려하고 안도하는 새삼 감사하고 다정한 공간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