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왓수다."
"아고게, 어떵 완?"
토요일, 게다가 일도 늦게 끝나 도착하니 저녁 7시. 침대에 누운 채 수건에 둘둘 싼 무언가로 어깨며 팔을 쓱쓱 쓸어내리던 엄마가 웬일이냐는 눈으로 내다본다.
"뭐 어떵 와. 엄마 배도 아프고 속도 안 좋댄 전화 받으난 왓주. 근데 그 수건에 건 뭐꽈?"
"아 이거. 이거 울릉도 돌."
내 앞에 수건을 풀어 내 놓은 것은 맨질맨질하고 딴딴해보이는, 그야말로 실하게 생긴 돌덩이다. 게다가 수건이 미지근하다 싶었는데 돌덩이가 뜨뜻하기까지 하다. 도대체 이 돌은 무엇에 쓰는 물건인고? 손으로 들어보니 꽤 묵직하다.
"아고 울릉도 돌이라서 그런가 막 뜨끈하고 무거운게. 근데 무사 제주도엔 돌이 어선 울릉도 돌까지 가졍 이신거꽈?"
짐짓 눙치고 지나갈 요량이었으나 엄마의 반응은 사뭇 진지하다.
"야야 이거 그냥 돌이 아니라. 이거 울릉도 화산 맞은 돌이여. 요 돌을 가스불에 구워네 수건에 영 쌍 어깨랑 팔이랑 아픈데 문지르면 낫든덴 저 올레 할망이 가져다 줬주게. 어깨 아판게 요 구운 돌로 하난 어깨도 들어졈쪄."
울릉도 돌로도 모자라서 구워 쓰는 돌이라? 게다가 화산 맞은 돌은 또 무슨 말인가? 아마도 화산 활동으로 만들어진 돌이라는 말일 테지만 그 무거운 걸로 문지르다가는 그나마 성한 팔도 남아나지 않겠다 싶다.
“이거 꽤 무거운데 괜찮우꽈? 올레 삼촌은 이거 어디서 나서 가져다 준거?”
“응 그 삼촌네 아들이 울릉도에서 군인하는데 그 아들이 가져왔댄. 삼촌 하나 쓰고 다른 디도 하나 주고 우리 집 주곡. 이 돌 구우면 막 뜨거워, 수건에 싸도 막 뜨거워.”
“아유 엄마. 이거 조심해야 될 거 닮수다? 뜨거운 거 가져오다가 그거 떨어뜨리면 화상 입고 큰일 남수다예. 무사 저 핫팩은 안 좋으꽈?”
“응 게난 조심조심 햄주게. 막 못 견딜 때만 허여. 이 돌이 핫팩이보다 좀 다르긴 핸게. 근데 저 콘테이너에 오이도 혼 세 개 맺어서라.”
딸의 반응이 꼭 못 쓰게 할 것 같았는지 콘테이너 텃밭으로 화제를 확 돌려버리는 엄마. 그 모습엔 앞뒤로 뒤집으며 돌을 구워내시는 엄마의 모습이 겹쳐 보인다.
“거난 그 돌로 문지르난 진짜 어깨도 올려졈수과?”
“응게 이거 보라이. 영도 되고 이만큼 올라감시녜.”
엄마의 즐거움을 담당하는 콘테이너 텃밭의 반려채소들과 엄마의 뻐근함을 담당하는 반려돌까지. 친정에 다녀올 때마다 반성을 한다. 말 못하고 생명 없이 굴러다닌다고 여기던 저것들이 나의 몫을 나눠 해주고 있구나. 수건으로 울릉도 반려돌을 반질반질하게 닦아본다. 엄마의 화장대 위에 떡하니 자리도 한 자리 잡아준다, 그 뜨거움을 인내하사 울엄니의 관절 마디마디, 통증 구석구석을 재워주는 울릉도의 구워 쓰는 돌. 곱게 사진 한 장 남겨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