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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시시낙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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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머무는바람 Oct 05. 2022

소리

무너진 발이 엄마를 지탱하고 일으킨다.

네발이 지팡이를 짚고 잘그락잘그락, 

어깨는 느린 파도처럼 흔들린다.

검버섯 핀 손으로 입안에서 낡고 고운 이를 꺼낸다.

창백해진 웃음처럼 입 벌린 낡고 고운 이는 

부기윤 치과 빨간 통 물 안에 보물선처럼 가라앉는다.

쪼그라든 입 안에 깨진 웅얼거림이 갇혀있다.

반들반들 은회색 울릉도 화산 맞은 돌을 왜 저렇게 구워내는 걸까?

침대 끄트머리에 걸터앉아 수건에 둘둘 싼,

뜨끈하게 잘 구운 돌을 무너진 발 위에 올려놓는다.

짓눌린 발이 열 오른 시원함에 붉어진다.

낡고 무너진 엄마의 몸은 온갖 소리로 집안을 채운다


엄마는 

소리로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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