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원의 겨울, 그러고도 신새벽
부대에 비상이 걸리면
아버지는 그 새벽길을
칼바람과 함께 걸어야 했다
다녀오마 목소리가
얇디 얇은 시골집 문풍지에
어두운 푸른 빛으로 떨리면
60촉 전구 아래 이불 속에선
이 눈길, 이 바람에
우리 아부지 혼자 어찌 걸어가누
노랗게 어린 걱정이 빙글거렸다
꼬박 만 하루의 비상근무는
하얀 찬바람을 길게 끌고 들어오는
아버지의 작달만한 그림자로 끝나곤 했다.
그럴 때마다 엄마는
따끈한 사랑 한 그릇에
어린 걱정도 엄마의 정성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