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에겐 가끔
아메리카노 한 잔이 밥이 되기도 했었다
혈당 조절에 무리없는 한 끼가 되어주던,
따뜻한 아메리카노 한 잔
잔칫집 커피를 마시는 여자 삼춘들은
아버질 보고 세련된 양반이라고 하였다
그때 아버지 혈관 속에는 붉은 피 대신
까만 아메리카노가 흐르고 있었을지 몰라
아버지 산 앞에 아메리카노를 올린다
저 멀리 보이는 산방산 건너 파란 건
바다인지 하늘인지,
한라산신의 엉덩이를 노루로 착각해
활시위를 당겨버린 난감한 사냥꾼,
화가 난 한라산신이 봉우리를 뽑아 던진 것이
지금 저 바다 곁, 저 산방산이 되었다는 이야기가
아버지의 아메리카노 한 끼와 함께
나에게 흐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