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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머무는바람 May 05. 2022

<밥,1> 아메리카노

아버지에겐 가끔 

아메리카노 한 잔이 밥이 되기도 했었다

혈당 조절에 무리없는 한 끼가 되어주던, 

따뜻한 아메리카노 한 잔

잔칫집 커피를 마시는 여자 삼춘들은 

아버질 보고 세련된 양반이라고 하였다 

그때 아버지 혈관 속에는 붉은 피 대신 

까만 아메리카노가 흐르고 있었을지 몰라


아버지 산 앞에 아메리카노를 올린다

저 멀리 보이는 산방산 건너 파란 건 

바다인지 하늘인지,

한라산신의 엉덩이를 노루로 착각해

활시위를 당겨버린 난감한 사냥꾼,

화가 난 한라산신이 봉우리를 뽑아 던진 것이 

지금 저 바다 곁, 저 산방산이 되었다는 이야기가

아버지의 아메리카노 한 끼와 함께 

나에게 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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