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엄마랑 밥이 먹고 싶었어
그날따라 뭔가 맛있는 게 먹고 싶더라구
다리를 오므리며
총총
수족관을 바다인 양 헤엄치는 한치가
왜 맛나게 보였을까
달랑달랑
검은 봉다리 꽉 채운
한치 물회 2인분에
이렇게 마음이 뛸 줄이야
오랜만에 뿌듯한 마음이
총총
식탁 위를 빙글거렸지
얼음 동동
한 치짜리 짧은 다리가 오종종
초록 오이살, 가늘게 썰려진 몸통은
맑은 된장에 잠기고
깻잎 한 줄 고소함 청홍고추 매콤함
진짜 맛있게 먹을 줄 알았어
시원한 한 숟가락에
아버지 가신
그해
여름
더위가 몰려왔지
뜨다 만 엄마의 숟가락은
멀거니 물회 건너
어느 바다를 보고 있는 걸까
번져가는 물기로
한치 물회는
무슴슴해져 버리고
뿌옇게
기운을 잃어갔어
주인 그리워하는
낡은 방의 오랜 달력만이
파리하게
내다보고 있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