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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머무는바람 Jan 05. 2022

한치 물회

그냥 

엄마랑 밥이 먹고 싶었어

그날따라 뭔가 맛있는 게 먹고 싶더라구

다리를 오므리며 

총총

수족관을 바다인 양 헤엄치는 한치가 

왜 맛나게 보였을까     


달랑달랑 

검은 봉다리 꽉 채운 

한치 물회 2인분에 

이렇게 마음이 뛸 줄이야

오랜만에 뿌듯한 마음이 

총총 

식탁 위를 빙글거렸지     


얼음 동동

한 치짜리 짧은 다리가 오종종

초록 오이살, 가늘게 썰려진 몸통은 

맑은 된장에 잠기고  

깻잎 한 줄 고소함 청홍고추 매콤함

진짜 맛있게 먹을 줄 알았어


시원한 한 숟가락에

아버지 가신 

그해

여름

더위가 몰려왔지    

 

뜨다 만 엄마의 숟가락은 

멀거니 물회 건너 

어느 바다를 보고 있는 걸까     


번져가는 물기로 

한치 물회는 

무슴슴해져 버리고

뿌옇게 

기운을 잃어갔어     


주인 그리워하는 

낡은 방의 오랜 달력만이

파리하게 

내다보고 있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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