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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머무는바람 Apr 03. 2023

나의 쉼에 대한 단상

-우리는 모두 

 바다 태생인지도 모른다

 바다의 짠짠한 기억을

 눈물을 흘릴 때나

 땀을 흘리는 사이 사이 

 기억의 편린에서

 만나는 바다의 흔적-


이라 써 놓고 고민을 한다. 

'짠짠한 기억'과 '기억의 편린'. '기억'이라는 낱말이 중복된다. 

또다른 낱말로 바꿀 수 있지 않을까?


-벚꽃잎 떨어진 사이 초록색이 하늘을 꽉 메웠다-


라고 쓰고 '메웠다'로 쓸 때와 '채웠다'로 쓸 때, 어느 표현이 더 나을까? 머리를 굴린다.


-물 위로 떠오를 때마다 

 그녀들의 가슴에선 

 호이호오이

 새 한 마리 하늘로 올랐다 

 파도에 묶인 자유가

 새가 되어 물을 차고 오른다-


라고 쓰고 '올랐다' 과거 시제와 '오른다' 현재 시제는 그냥 미친 척 넘어 가도 될까? 우겨보기도 한다.


-백파, 참치 떼가 일으키는 하얀 파도-


라고 쓰고, 그래서 이걸로 뭘 해 볼까? 궁리에 궁리를 더한다.


정말 아무 일도 없는 쉼의 시간이 오면 나는 *느랏하게(나른하다의 제주어) 낱말들을 가지고 논다. 그것이 나의 '쉼'이다. 고민하고 머리를 굴리고 혼자 우격다짐 격으로 생떼도 써 봤다가 궁리에 궁리를 더하는 시간. 쉬어도 쉬는 것 같지 않은 느낌은 들지만 꽤 만족스런 시간.


 ......요즘 나는 쉬고 있지 못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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