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몬태나> 조금 특별한 서부극
*<몬태나>의 스포일러는 없습니다.
<몬태나>를 보러 가기 전 한참을 망설였다. 여느 서부극처럼 땅을 빼앗으려는 백인과 지키려는 인디언 간의 고단한 갈등을 다룰 게 뻔했기 때문이다. 미국의 오랜 역사에서 늘 회자되는 고질적인 갈등이기 때문에 당연히 이러한 영화들이 많은 것은 이해된다. 그러나 그들 간 갈등이 화려한 액션을 위한 도구로만 이용되는 영화는 더이상 보고 싶지 않았다.
-<몬태나>는 전형적인 서부극이다.
서부극의 필수 요소는 깡그리 등장하기 때문이다. 잔혹하게 인디언을 죽인 백인 조셉 블로커(크리스찬 베일), 인디언의 무자비한 공격으로 눈앞에서 온 가족을 잃은 로잘리 퀘이트(로자먼드 파이크), 그리고 한때 조셉이 증오했던 인디언 옐로우 호크 추장과 그의 일가. 이들이 함께 10000마일을 횡단한다는 설정은 부대끼는 과정에서 그들 사이에 해묵은 갈등을 거쳐 용서와 화해를 도모하는 장이 열리는 결말로 예상했다.
<몬태나>는 전형적인 서부극은 아니다.
서사가 단순하지 않기 때문이다. 서로 간 외적 갈등이 아닌 각각의 인물들이 가지고 있는 상처와 이로 인한 내적갈등을 치밀하게 다루고 있고, 갈등을 거쳐 용서와 화해의 장으로 나아가는 것이 아닌 증오와 연민의 감정을 거쳐 서로를 이해하게 된다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미국 영혼의 본질은 억세고 고독하며 초연하고 살의에 찼다. 그건 지금까지 그대로 뭉쳐 있다. -소설가 D.H 로렌스 가족이 있는 자에겐 '상실감'이란 어떠한 감정보다 더 큰 공포로 다가올 것을 알고 있을 것이며 그것의 원인인 '살인'이라는 행위는 인간이기에 비상식적이라는 것을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다. 그들을 서로를 곁에서 지켜보며 개개인이 가진 상처와 아픔에 가슴으로 공감한다. 그리고 이내 깨닫는다. 결국 인간을 증오하는 감정과 서로 간의 길고도 길었던 싸움이 모두 부질 없음을, 그리고 그러한 감정은 적을 넘어 자기 자신에게 끊임없이 상처를 남기는 일임을 상처를 갖고 있는 모든 인물은 나름의 방식으로 깨닫게 된다.
어쩌면 지금 일어나고 있는 제3세계의 내전들, 이념과 가치 갈등도 종국에는 '부질 없음'이라는 단어로 끝나버리는 것은 아닐까. 주변 사람들과의 사소한 다툼도 돌이켜보면 나빴던 기억보다 좋았던 기억들로 기억하는 이유도, 한순간의 이기심과 감정으로 인해 멀어질 수밖에 없었던 싸움이 사소해보이는 것도 비슷한 맥락이 아닐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