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 1일
내 선택이다.
다 부질없다.
그냥 버텨야 한다.
심장이 두근거린다. 머리가 경직되는 듯 불안감이 내 몸을 둘러싸고는 마치 “너 뭐 하고 있니?” 물어보는 듯한 이상한 기분이 든다.
지금은 점심시간. 직원들과 식사 마치고 사무실 주변을 걷거나, 20여 분 낮잠을 자는 시간이다. 그래야만 오후 업무에 집중이 잘 되었다.
오늘 퇴사 1일 차. 규칙적인 생활에서 자율적 시간으로 바뀌었고, 아침 7:30분 책상 앞에 앉았다. 트레바리 독서모임에 제출할 <노 필터> 독서 후기를 작성했다. 그래도 하나는 마쳤으니 위로해 본다. 12시까지 씻지도 않고 냉장고를 뒤져 간단히 점심 한 끼를 때운다. 평소에 해보지 않던 유튜브에 ‘퇴사 불안’ 검색어를 입력한다. 영상이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이마저도 집중하지 못하고 안절부절 이 글을 쓴다.
퇴사를 하면 100일간 하루도 빠지지 않고 해야 할 일 3가지를 계획했다. 독서-글쓰기-운동이다.
하루 4시간 책 읽고
하루 4시간 글 쓰고
하루 2시간 운동하기
오늘의 글감은 “불안감”이다.
하루를 버티기 위해서 그냥 써 본다.
불안감은 우리가 심리적으로 혹은 감정적으로 불안하고 불편한 상태를 경험할 때 나타나는 감정이다. 이는 다양한 요인에 의해 발생할 수 있으며, 퇴직과 관련한 불안감이 무엇인지 현재 나의 심리 상태를 기준으로 알아보려 한다.
퇴직은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중요한 변화 중 하나다. 일을 그만두고 새로운 생활 단계로 진입하는 것은 많은 사람에게 긍정적인 변화일 수 있지만, 동시에 불안과 스트레스를 유발할 수도 있다. 이러한 불안감은 몇 가지 이유로 인해 발생하곤 한다.
첫째, 경제적인 불안정성이다.
퇴직 후의 재정 상황이 어떻게 될지에 대한 불확실성은 사람들에게 불안감을 초래한다. 퇴직 후 소득이 줄어들거나 재택근무와 같이 일부 변경 사항이 있는 경우 재정 계획을 조정해야 할 수도 있다. 나의 경우 1년 연봉만큼의 대출을 신청해 놨다. 물론 빚이 늘어 간다는 불안감은 어쩔 수 없다. 그래도 통장에 일정액이 떨어지지 않고 있으면 계획한 일들을 시도해 볼 수 있을 것 같은 심리적 안정감을 얻고자 함이다. 은행에 매달 원금과 이자 납부는 인생 수업료(퇴직 비용)라고 생각하려 한다.
둘째, 사회적 연결성이 줄어든다.
직장에서 직원들과의 교류는 우리에게 친밀함과 소속감을 제공한다. 퇴직 후에는 이러한 사회적 연결성이 줄어들고 외로움을 경험할 수 있으며, 이는 불안감을 유발하는 가장 큰 요인 중 하나다. 그래서 집에만 있으면 곤란하다. 고립되는 것이다. 경제적 이유에서 재택근무를 할 수도 있다.
난 어떻게 해야 하나? 지인들에게 연락해서 사무실에 자리 하나 만들어 달라고도 할 수 있다. 그곳에서 내일에 집중할 수 있을까? 아니면 동네 카페, 이도 아니면 강남역 인근의 1인 사무실(소호 오피스)에 들어가서 집필에만 집중해야 하나? 잘 모르겠다. 우선 오후 시간은 동네 카페로 가서 4시간 책을 보고 퇴근하려 한다.
셋째, 자아 정체성 혼란이다.
직업은 우리의 자아 정체성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5년에서 10년 이상을 한 분야의 직종에 근무하면서 만들어진 업무 속성, 가치관, 인간관계는 자아 정체성을 만들기에 충분하다. 하지만 퇴직 시 직업상 식별 요소를 잃게 되면 자아 정체성의 변화와 관련된 어려움이 발생할 수 있으며, 이는 불안감을 초래할 수 있는 것이다.
내 직업적 정체성은 ‘부동산 마케터다.’ 20년 직장생활의 업무 경험을 살려 1인 기업가로서 부동산 마케터의 정체성과 직무 확장성을 새롭게 만들어야 한다. 이것이 퇴직 이유다. 구본형 작가는 <익숙한 것과의 결별>에서 직장을 벗어나서 변화와 자기 혁명을 주장했다. 오늘부터 직장(시키는 일, 조직, 월급)이라는 익숙함을 걷어치우고 자아 정체성을 다시 세우는 시간을 만들자. 꼭!
불안감에 지쳐 또다시 그곳으로 기어들어 가지 말자고 다짐해 본다.
넷째, 활동 부족으로 의욕이 줄어든다.
일상에서의 업무와 외부 활동의 갑작스러운 중단으로 인해 시간계획과 목표 설정 등의 변화가 발생한다. 새로운 활동 없이 여유롭고 비구조화된 시간을 보내면서 목표 의식 및 동기부여 저하 등으로 인해 ‘나는 누구인가?’ 하는 존재론적 공허함과 만족도 저하 등 다양한 감정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크다.
그래서 내가 선택한 것은 운동이다. 여러 운동 중에서 내게 잘 맞는 것은 달리. 하루 1~2시간 걷고 달린다. 1시간에 10킬로미터 달리기를 목표로 하고 있다. 때와 장소, 장비에 크게 구속받지 않고 내 맘대로 시작할 수 있는 것이 달리기의 가장 큰 매력이다. 삶의 의욕이 떨어진다 싶으면 1분 만이라도 달려볼 것을 추천한다.
이렇듯 퇴직 시 불안감을 경험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하지만 개인마다 그 원인과 정도는 다를 수 있으므로 개별 상황에 따라서 대처 방법도 달라질 것이다. 필요하다면 가족, 친구 혹은 전문가와 대화하여 본인만의 해결책을 찾아보라는 뻔한 말로 글을 마치려 한다.
어떤 이유로 퇴사를 했는지는 개인차가 있을 것이다.
퇴사 하루 만에 느끼는 불안감의 공포를 글쓰기로 극복해 보려는 처절함을 교훈 삼아 나의 앞날을 응원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