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선우 저 <사랑한다고 말할 용기>를 읽고
이 책은 직장인의 경험, 일의 의미, 일과 삶의 노하우, 40대 여자의 사는 방법, 사회 선배가 후배에게 해주고 싶은 말들, 공감되는 내용을 담았다. 천자문을 배우는 과정에서의 ‘女’ 자로 파생되는 단어에 관한 얘기 중 “글자만 옛날 것이 아니라 거기에 담긴 사상도 놀랍도록 낡았다는 걸 발견했다. p 265” 왜 난 이런 생각을 못 해봤을까?
간접적으로 남성사회의 부조리를 사례로 끌어들인다. ‘나이 든 남자’의 밉상, 증오심이 느껴진다. 이분화하려는 의도가 아니라 현상을 솔직히 나열한다. 그러면서도 변화된 사회를 저자는 희망한다. 크게 두 가지를 생각해 보게 한 책이다.
일과 일터 속 여성!
뭐가 ‘사랑한다고 말할 용기’인지 모르겠다. 제목은 속임수인가? 책의 후반부를 읽어갈 때까지 책 제목과 글의 내용이 겉돌고 있다고 의심했다. 다른 사람의 책 소개 글을 보니 의문이 풀렸다. 책 제목에 주어를 넣어보란다.
“내 일에 <사랑한다고 말할 용기>가 있는가?”
나는 내일을 사랑한다고 말할 용기가 없다. 부끄럽다. 하지만 20년을 해왔다. 나를 넓은 세상으로 이끌어 주었고, 인내심, 이해심, 협력을 배울 수 있었다, 사회성을 넓혀 주었으며, 가장 중요한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해 주고 있다. 밥벌이의 고단함과 즐거움을 함께 경험할 수 있는 것이 내 일(직업)이다.
나는 마케터다.
세상의 모든 재화 중에서 가장 비싼 부동산을 기획·개발·판매하는 일을 한다. 마케팅의 본질은 파는 것이다. 팔리는 물건을 만들어야 한다. 토지를 분석하여 잘 팔릴 수 있는 상품을 기획하고, 잘 팔리면서 최대의 수익을 남길 수 있는 가격을 책정하여 잘 팔기 위한 실행계획을 수립. 실제 판매에 나서는 일을 20년간 하고 있다. 지금은 내일에 적응했고 왜 해야 하는지 합리성도 만들어 놓았다.
하지만 나는 알고 있다. 마케팅 업무의 양면성을, 세상 모든 일(직업)의 음과 양을, 나의 행복(수익)이 너의 불행(손해)이 될 수 있음을 말이다. 경쟁을 추구하는 자본주의, 분배를 강조하는 사회주의 모두 인간의 욕망을 채울 수가 없다. 욕망을 부채질하는 것이 마케팅의 기본이면서 최고의 수법임을 알게 되었다. 내일에 적응했다는 표현이 맞을 것 같다.
나는 모델하우스로 출근한다.
이곳은 나의 일터이자 시장(marketplace)이다. 팔아야 할 부동산 물건을 실제 크기(unit) 또는 모형도로 전시해 놓고 특장점을 설명하여 고객이 구매(분양계약 체결)하도록 앞장서는 일이다. 대중에게 주거공간(아파트), 업무공간(오피스, 오피스텔, 지식산업센터), 영업공간(상가, 호텔)을 파는 일이다. 그날, 그해의 판매실적이 나를 평가하는 기준이 된다. 돈 되는 것을 사려는 사람, 팔아야 먹고사는 사람이 한 장소 '모델하우스'에서 만난다. 재미난 일, 황당한 경험도 많이 했다. 그래서 이들의 이야기와 나의 경험을 소설로 써 보려 한다.
책(독서)을 사랑한다.
읽고 쓰는 일을 습관으로 만들고자 한다. 10여 년 전 직장생활의 어려움을 극복하고자 우연히 책을 접하게 되었다. <우리 카페나 할까>를 읽고 브런치 카페를 오픈하여 직장인의 로망인 카페 주인을 해보았고, <일생에 한 번은 수입차를 타자>를 읽고 ‘운전하는 재미’를 모토로 내건 수입차 브랜드를 구매하여 운전의 재미를 즐기고 있다.
책장에 많은 분량을 차지하는 책의 주제는 ‘책/독서/글쓰기에 관한 책’이다. 그래서 내 집을 짓는다면 책을 주제로 한 집을 짓고자 했다. 작년에 그 꿈을 실현했다. 시골에 전원주택을 지어 부모님께 선물했다(살면서 가장 뿌듯한 일 중 하나). 2층에는 내 서재를 들였다. 이 공간을 사랑한다.
작가의 꿈을 꾸고 있다. 글 써서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불확실하다. 좀 더 자본을 모아야겠다는 결론이다. 나에게 독서는 간접경험이다. 관심 분야가 생기면 관련 책을 산다. 요즘 관심사는 ‘1인 기업가’ 20년간 습득한 내 일의 전문성을 살려 출판·강연·교육으로 수익모델을 만들고 대중과 공유하는 일이다. 그렇게 된다면 진정 내가 사랑하는 일을 인생의 후반부에는 해 볼 수 있을 것 같다.
독서-글쓰기-운동을 꾸준히 하는 것이다.
일에 집중력이 떨어질 때, 의욕이 상실될 때, 일하기 싫어질 때. 해결방법은 책을 읽는다. 가끔은 달린다. 인생을 풍요롭게 사는 방법은 앞에 말한 세 가지를 생활화하는 것임을 깨달았다. <사랑한다고 말할 용기>의 황선우 작가도 이 세 가지를 실천한다.
과거 나의 독서는 현실도피였다.
하지만 지금의 독서는 실천이다. 실행력을 중시한다. 메모 독서를 통해서 문제해결 능력을 키울 수 있었고, 생각을 확장시키는 능력을 키우고 있다. 쓰는 습관을 갖고자 남들은 어떻게 하는지 배우려 한다. 독서모임은 나의 내면을 보고자 함이며 보이려는 연습이다.
일과 나를 바로 세우려면 ‘주도적’이어야 한다. 일에 주도권을 갖는 것이다.
독서, 글쓰기는 주도권 확보에 많은 도움을 주는 것 같다.
이 책의 작가와 나는 많은 공통점이 있다. 연령대가 비슷하다.
1970년대 중반에 태어나 직장경력 20년 차, 책/글쓰기/운동을 좋아하며 꾸준히 하려는 점, 소설가로서의 하루키보다 수필가로서의 하루키를 좋아한다. 재테크에 관심 가지며 실천하고 있는 점, 내 집을 소유한다는 의미와 집에 대한 가치관, 나이 든 남자의 경솔함 추악함을 인지한다는 점도 비슷하다.
그러면서도 이 책을 통해서 내가 평소에 생각지 못했던 여자와 일(직장)에 대한 정확한 정보가 없었음을 알게 되었다. 근거 없는 편견, 무지함, 오해 같은 것들. 내가 여자가 아니라서 그냥 몰랐거나, 알려고 노력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
115 페이지 “상쾌한 출근길을 망가뜨리는 이들은 대개 나이 든 남자들이다.” 100% 공감한다. 그런데 이들이 내 아버지라는 것. 오랜 인생을 살면서 다양한 경험을 한 이분들이 왜 이리 편견에 사로잡혀 젊은 세대에 대한 증오심이 커진 것일까?
젊은이 또한 그들의 자식들인데. 이래서 나이 먹는 것이 두렵다. 몸의 노화가 두려운 것이 아니라, 생각이 보수화되는 것이 두렵다. 나도 나이를 먹고 있다. 다 돌아가셔야 끝날 일이다. 남북의 통일도 그때쯤이면 가능하리라 예측한다.
이 책에는 알아듣지 못할 표현, 어법이 맞지 않는 문장, 단어가 여럿이다. 오탈자는 아닌 것 같다. 줄임말인지, 은어인지, 특정 세대가 쓰는 표현인지 모르겠다. 신경질 난다. 기회가 되면 작가에게 물어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