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단에 두고 온 커피컵
『사라지는 법에 대하여』
― 제2화. 화단에 두고 온 커피컵
커피는 거의 다 마신 상태였다.
컵 안에는 식어버린 마지막 한 모금,
그리고 내 하루의 끝자락이 떠 있었다.
나는 그것을 손에 들고,
회사 앞 화단을 가로질렀다.
하루가 너무 길었고,
팔이 무거웠고,
생각도 흐릿했다.
쓰레기통은 멀지 않았다.
하지만 그 순간,
걸음을 멈췄다.
그리고 화단 끝에
낮은 턱 위, 나무 그림자 아래
종이컵을 조용히 내려놓았다.
버린 게 아니다.
두고 온 것이다.
그건 피로의 일부였고,
내일도 반복될 어떤 지점에 대한
무심한 표시였다.
컵은 그 자리에 가만히 남았고,
나는 그걸 돌아보지 않았다.
누군가 보면,
잠깐 둔 걸로 보일지도.
누군가는, 실수였다고 생각할 테고
누군가는, 무관심이라고 단정하겠지.
하지만 그 누구도
그 컵 안에 남은 피로와
포기의 감정은 보지 못할 것이다.
도시는 그런 것들을
조용히 삼킨다.
마치 본 적 없다는 듯이.
나는 걸었다.
손이 가벼워진 만큼,
뭔가 남겨졌다는 기분도 들었다.
물론 그것도, 곧 잊힐 것이다.
사라지는 법은
점점 더 자연스러워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