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06.08 15:43
# 전우에게
*2015.06.08 1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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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이슬에 젖어든 무거워진 군복과 땀으로 젖어든 군화의 무게를 기억합니다.
인적 없는 밤길에서 오직 전우의 숨소리만으로 채워진 그 침묵 속에서, 우리의 어깨는 참으로 무거웠습니다. 스무 살 남짓한 나이에 감당하기에는 너무도 무거운 것들이었지요.
우리는 함께 있었지만 서로 다른 전장에서 싸우고 있었습니다. 같은 공간, 같은 시간을 보내면서도 각자의 마음속에서는 저마다 다른 싸움을 하고 있었던 것이지요. 고향에 대한 그리움, 미래에 대한 불안, 그리고 지금 이 순간을 견뎌내야 한다는 막막함과.
그 시절 우리가 함께 걸었던 길들을 생각합니다. 발이 아파도, 마음이 아파도 멈출 수 없었던 그 걸음들을. 그때는 언제 끝날지 모르는 긴 터널 같았지만, 지금 돌이켜보면 그 모든 것이 우리를 단단하게 만들어준 시간들이었던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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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발길이 멈출 그날을 그리며, 인생 마지막 그때까지 한 걸음 한 걸음 걷고 또 걸어보자고 다짐해 봅니다.
인생이 참 웃긴 것이, 그때는 그렇게 힘들었던 것들이 지금은 소중한 추억이 되어 있으니 말입니다. 선택적 기억상실이 없는 마당에, 아픈 기억들까지도 고스란히 간직한 채로 걷다 보면 언젠가는 찾아올 평안이 있지 않을까 기대해 봅니다.
그때까지 어둠에 먹히지 않기 위해서라도 우리는 계속 걸어가야 할 것 같습니다. 때로는 혼자서, 때로는 누군가와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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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도 어디선가 묵묵히 자신의 길을 걷고 있을 당신에게 이 글을 전합니다. 우리가 함께 나눴던 그 침묵의 시간들이, 서로를 의지했던 그 마음들이 지금도 당신에게 작은 위로가 되기를 바라면서.
항상 건승하시기를. 그리고 가끔은 그 시절 우리가 함께 걸었던 길을 기억해 주시기를.
당신의 옛 전우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