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부 ― 그늘 속의 해시계
『하늘 수집가』
3부 ― 그늘 속의 해시계
그날도 똑같은 시간에 다리를 건넜다.
어느 쪽으로 걷고 있는지는 여전히 알 수 없었다.
중요한 건 방향이 아니라,
반복 그 자체였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 있었다.
내가 건너는 다리 위에
나와 똑같이 생긴 사람이 먼저 걷고 있었다.
나는 그 등을 바라보며 걸음을 늦췄다.
그는 왼손에 물 한 병을 들고 있었고,
걷는 리듬도 나와 똑같았다.
목덜미 아래 약간의 주름,
신발 끈을 느슨하게 묶은 방식,
심지어 가끔 고개를 기울이는 습관까지.
나는 갑자기 숨이 가빠졌다.
그건 나였다.
하지만 지금의 나는 아니었다.
*
다리를 다 건넜을 즈음,
그 ‘나’는 사라졌다.
증발하듯, 어딘가로 녹아들었다.
나는 편의점으로 가지 않고
근처의 공터 벤치에 앉았다.
겨울이 다 된 밤인데도
벤치는 이상할 정도로 따뜻했다.
그때 문득,
내 손바닥 안에서
작은 무언가가 꿈틀거리는 느낌이 들었다.
펴보니
손안에 하늘 조각이 있었다.
파손된 구름의 형태,
편의점아이가 벽에 붙였던 그것.
그 조각은 내 손에서 천천히 밝아지더니
어느 방향으로든 그림자를 만들었다.
빛이 없는 밤,
그림자는 존재할 수 없지만
그 조각은 예외였다.
그림자는 편의점아이의 실루엣을 하고 있었다.
*
그녀는 내게 다가오지 않았다.
그림자처럼,
벽 너머에 조용히 앉아 있었다.
나는 조용히 말했다.
“그 사람은… 낮의 나예요?”
아무 대답이 없었다.
그림자는 고개를 숙인 채로
작은 원을 그리듯 손을 움직였다.
그것은 무언가를 재는 동작이었다.
해시계의 시간처럼.
나는 깨달았다.
그녀는 ‘하늘’이 아니라,
시간을 수집하고 있었던 것이다.
정확히 말하면,
시간 안에서 감정이 낳는 그림자를.
*
그림자는 점점 사라졌고
내 손 안의 하늘 조각도 희미해졌다.
그때였다.
편의점아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멀리서, 아주 낮게.
“해시계는… 빛이 없을 땐 작동하지 않아요.”
“하지만 감정은,
빛이 없어도 흔들리니까요.”
그건 내게 하는 말이 아니었다.
아마도 자기 자신에게.
혹은, 낮의 나에게.
아니면 사라진 어떤 사람에게.
*
다리 아래로 시선이 갔다.
강물은 없었고, 대신 무수한 ‘파손된 하늘’들이
물 대신 깔려 있었다.
나는 이제 다리를 건너는 것이
더 이상 반복이 아니라는 걸
어렴풋이 느꼈다.
시간은 직선이 아니라, 그림자에서 자란다.
그림자가 남은 곳에만,
하늘은 다시 붙는다.
그녀는 그걸 알고 있었다.
편의점아이는 말없이,
늘 나보다 먼저 다리를 건넜던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