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부 ― 당신의 하늘을 버리고 갑니다
『하늘 수집가』
4부 ― 당신의 하늘을 버리고 갑니다
편의점 문을 열었을 때,
그녀는 없었다.
대신,
카운터 안엔 아무도 없는 채
계산대 위에 조용히 놓인 검은 스케치북 하나만 있었다.
나는 문을 닫고 들어갔다.
알람 소리는 울리지 않았다.
조명이 너무 밝게 빛났다.
그날따라 내부는 텅 빈 수족관처럼 무균질적이었다.
나는 그녀가 나갔다는 것을,
그것도 영영 돌아오지 않을 방식으로 나갔다는 것을
이유도 없이 알 수 있었다.
*
스케치북 위에는
주소가 적힌 봉투 하나가 놓여 있었다.
봉투는 낡았지만,
모서리는 단정하게 접혀 있었고
어딘가 ‘기다렸던’ 것 같은 느낌을 줬다.
우체국은 멀지 않았다.
나는 아무 말도 없이 그 길을 걸었다.
그건 마치 미리 예정된 루트 같았고,
나는 그냥 그 안에서 움직이는 톱니처럼 느껴졌다.
*
창구 직원은 아무런 질문도 하지 않았다.
그저 서류 하나를 건넸다.
그 위에 덧대어 놓인 봉투.
열어보니,
안에는 접힌 하늘이 들어 있었다.
정확히 말하면,
하늘의 사진도, 그림도 아닌
하늘의 ‘질감’이었다.
종이 같았고, 천 같았고,
무게 없는 스웨터 같기도 했다.
그 안에 손을 넣자
이름 모를 냄새가 났다.
어딘가 울고 난 뒤 방의 공기처럼.
그리고 구석에 작은 메모가 붙어 있었다.
“당신은 내 하늘을 수집했습니다.
이제 그것은 당신 것입니다.
더 이상 나는 이 하늘을 갖고 있을 수 없습니다.”
*
나는 편의점으로 돌아오지 않았다.
대신,
그녀가 걸었을 것 같은 골목들을 걸었다.
낡은 놀이터의 정류장,
바람이 끊어진 옥상,
낙엽이 뭉친 철제 계단 아래.
나는 그곳에서
낯선 사람들의 하늘을 마주쳤다.
벽에 붙어 있는 하늘 조각들,
구름이 반쯤 떨어져 나간 벽의 얼룩,
바닥에 반사된 희미한 색의 기척들.
그것들은 내 것이 아니었다.
하지만 나는 그 모든 것들이
편의점아이와 연관되어 있다는 것을
말없이 느꼈다.
그녀는 사라지기 전에
누군가의 하늘을 대신 수집하고 있었고,
나는 그것을 인계받았다.
의도도 없이,
약속도 없이,
단지 그런 일이 일어났을 뿐이다.
*
어느 날,
나는 우유를 사러 가지 않았다.
에너지바도, 물도 필요하지 않았다.
나는 다리로 향했다.
그날은 날씨가 아주 맑았다.
믿을 수 없을 만큼.
다리 위에서 나는
하늘을 올려다봤다.
그건 내가 기억하는 하늘과는 전혀 달랐다.
조용했고,
부드러웠고,
조금… 낯설게 아팠다.
그 하늘은
어쩌면 편의점아이의 하늘이 아니라
내 것이었는지도 몰랐다.
하지만,
그걸 구별하는 일에
더 이상 큰 의미가 없다는 것도 알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