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2. 20. 3:24
# 엄마.. 저기다 묻어줄까??
안녕하세요.
이 늦은 시간에 인사드리는 것도 이제 고질병이 되었네요.
주말에 집에 다녀왔습니다. 오늘 오전에 약속이 있어서 어제저녁에 부랴부랴 작업실로 돌아왔어요. 솔직히 수지에서 이곳 작업실까지는 만만치 않은 거리예요.
오늘... 벌써 어제네요. 지금이 새벽 4시 30분쯤 되니까.
부모님께 다녀왔어요. 마음 힘들고 몸 힘들 때 집에서 가까운 거리라 가볍게 소풍 분위기로 다녀온답니다. 들른 김에 김수환 추기경님도 뵙고.
부모님 뵈러 가는 길은 항상 애증이 교차하는 느낌입니다. 즐거우면서도 한편으론 가슴 한구석이 먹먹해요.
아버지는 성대에서 불문학을 가르치시던 분이었어요. 전공이 불문학이라 그런지 아주 감성적이고 낭만적이셨던 분이죠.
언어학 쪽으로 반만이라도 아버지를 닮았더라면 제가 학창 시절이고 지금이고 간에 고생을 덜했을 텐데요. 수리 쪽으론 강해도 언어 쪽과는 별로 친하지 못해요. 큰 콤플렉스죠.
제2외국어를 불어로 한 최악의 선택은 차치하고, 아주 대단한 실망감을 아버지께 끼쳐드렸어요. 어쩔 수 없죠. 왜 저를 그리 낳으셨나요. 아비를 아비라 부를 수 없게. 완전 홍길동 버전이네요. "너 누굴 닮았냐?"는 질타에 허헝.
부부금실이 좋으면 하늘이 질투한다더군요.
조금은 제 입장에서 너무도 아버지를 너무 일찍 여의고... 나름 충격에 군대로 도망치듯 떠났었네요. 그때 어머니를 지켜드렸어야 하는데, 일단 제 자신이 감당할 수 없었답니다.
아버지를 쫓아 따라가듯 훌쩍 떠나신 어머니. 오늘 같이 청명했던 날이면 더 뵙고 싶고 당신들 품에 안겨서 애교 부리고 싶은데, 이젠 그럴 수 없네요.
그래, 우리 아가들에겐 그런 아픔을 주고 싶지 않아. 오늘 하루도 저 자신을 다독입니다.
절대로 부부금실 좋게 살지 말자!
자꾸 말이 옆으로 샙니다. 이게 큰 문제인데, 자꾸 글의 논점이 흐트러지는데 어쩌겠어요. 그리 생겨먹은 걸. 그리 살다 죽어야지.
어쨌든.
느지막이 일어나서 아내 차를 타고 편안한 뒷자리를 잡았죠. 사실 이것에도 가슴 아픈 사연이 있어요.
이왕 이야기를 푼 거 논점이야 흐트러지면 어쩌겠어요. 그냥 손 가는 대로 쓰면 되죠.
작은놈이 아빠랑 같이 타자고 해서 솔직히 조금 불편하지만 뒷자리에 앉은 건 핑계고, 제가 주로 수동"을 운전하는데.... 아내 차는 자동"이예요.
한번은 운전하려고 운전대에 앉자마자 떡하니 한 발은 브레이크 페달에, 한 발은 액셀 페달에...
수동의 클러치 페달 밟는 버릇 때문에 순간 굉음에 클럭거림에.
브레이크 밟는 감을 액셀 밟는 깊이로 브레이크를 밟으니 순간 급정거.
"어, 이게 왜 이러지", 순간 차가 이상하다, '잘못 구입했구나' 그리 생각했죠.
그러고 나선 아내 차 운전석에 앉는 건 꿈도 못 꿉니다.
그래, 기본 칼라의 적자색 조그마한 차. 이건 여자 차다. 오해 마시길, 전 페미니스트?랍니다. 나처럼 대범한 사람이 몰 차가 아니다. 그리 자위하고는 항상 아내의 옆자리가 제 차지였죠.
가끔 조수석에서 나도 모르게 브레이크를 밟는 액션을 하며 조마조마한 사태를 주시하며 운전교습용 차량을 그렇게 부러워했죠. 그런 차엔 조수석에도 브레이크가 달려 있거든요.
그나마 뒷자린 아무 생각 없어서 괜찮아요. 운전하는 거 신경 안 쓰니까. 아내 운전 가르치다 이혼 얘기 나왔다던 친구들 얘기가 남의 얘기가 아니었습니다. 그나마 성격 좋은 나도 몇 소리 했다가 쫓겨날 뻔한 몇 번의 고비를 넘기고.
어쨌든 바로 원래 논지로 돌아와서. 출발 고고.
느지막이 일어나 아내가 운전하는 차에 온 가족이 올라탔어요. 살쪘다고 카메라를 피하는 아내, 우리 집 막내 말티즈 짱아. 오늘 첫선을 보이는 놈이네요. 미용 신경 쓰면 무자게 이쁜 놈인데 가끔 미용실 다녀오면 털 다 깎여서 오는 불쌍한 놈입니다.
그리고 우리 이쁜 큰딸, 샘쟁이 작은딸. 어느덧 훌쩍 커져버린 딸은 핸드폰에서 눈을 못 떼네요. 마냥 신난 작은놈은 사진 찍을 때마다 왜 눈을 감는지. 그새 싸웠나 동생 토닥여주고, 그새 기분 풀고 씩씩.
직업이 직업인지라 납골당 공사하는 것을 보고는 사진 한 컷. 단지 현장에 매력을 느껴서.
아빠, 저게 뭐야 하는 작은놈의 질문에, "응, 사람이 죽으면 저 속에 화장해서 모시는 거야."
우리 아내는 "난 화장할 거야."
난 "근데 아빤 화장 무섭다. 그러니 땅에 그냥 묻히고 싶어." 유언 아닌 유언을 했네요.
"야, 절대로 엄마 근처에다간 묻지 말아라." 이게 또 뭔 소리. 맞을 소리를 저도 모르게.
이 말에 작은놈 왈,
"엄마, 저기다 묻어줄까?"
그 후로 아무도 말이 없었다.
헉, 이게 뭔 소리. 온 가족이 배꼽을 잡고 대굴대굴.
모처럼 청명한 하늘이었네요. 여러 님들도 평안한 주말 보내셨겠죠.
천수답으로 복귀한 제사장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