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3. 1. 3:23
# 이상한 날.. 그런 날
*2012. 3. 1. 3:23
오늘은 참 이상한 날이다
다른 날은 이리도 힘들지 않았는데
오늘은 왜 이럴까
마음이 이상하다
세상이 이상하다
모든 것이 비틀어져 보인다
바람도 이상하고
하늘도 이상하고
길을 걷는 사람들도
모두 이상해 보인다
그런 날이 있다
사람에게는
그런 날이 반드시 있다
때로는 그 사람과의
죽도록 행복했던 기억이
죽도록 주인을 아프게 할 때가 있다
기억이라는 것은
참으로 이상한 것이어서
행복할수록 더 아프고
아름다울수록 더 슬프다
그 사람과 함께 걸었던
봄날의 벚꽃길이
지금은 눈물의 길이 되고
그 사람과 함께 바라보았던
저녁노을이
지금은 한숨의 색깔이 되었다
사랑했던 모든 순간들이
이제는 아픔의 조각들이 되어
가슴속 깊은 곳에서
날카로운 소리를 낸다
때로는 그 사람의
눈부신 웃음에 함께 웃던 기억이
너무 눈부시게 느껴져
눈물이 날 때가 있다
그 웃음이 그립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웠던
그 웃음이
그 웃음은 봄꽃 같았고
그 웃음은 새벽 햇살 같았고
그 웃음은 아이의 순수함 같았다
함께 웃었던 그 시간들이
영원할 줄 알았는데
영원히 돌아오지 않는다는 것을
그때는 몰랐다
웃음도 때로는 눈물이 되고
기쁨도 때로는 슬픔이 된다
행복도 때로는 고통이 되고
사랑도 때로는 상처가 된다
때로는 그 사람 하나
내 옆에 없는 세상이
죽도록 비참하고 힘들어
세상을 외면하고 싶을 때가 있다
세상은 그렇게
한 사람의 부재로
모든 것이 무너져버린다
커피 한 잔을 마셔도 그립고
음악 한 곡을 들어도 그립고
책 한 권을 읽어도 그립고
길을 걸어도 그립다
그 사람이 없는 모든 순간이
공허하고 메마르다
붐비는 거리에서도 혼자이고
많은 사람들 속에서도 혼자이고
웃고 있어도 혼자이고
울고 있어도 혼자다
외로움이라는 것은
사람의 숫자와는 관계가 없다
마음의 문제이고
영혼의 문제다
때로는 그 사람이 떠났다는
현실 하나로
온 세상이 거짓투성이라
믿고 싶을 때가 있다
사랑은 우리에게
진실을 약속했다가
우리를 속인다
영원할 것 같던 것들이
순간이었고
변하지 않을 것 같던 것들이
변해버렸다
약속도 거짓이었고
맹세도 거짓이었고
사랑한다는 말도
거짓이었을까
세상의 모든 아름다운 것들이
거짓말처럼 느껴진다
진실이란 것이
과연 있기는 한 것일까
때로는
때로는 나 자신이
너무 감당할 수 없을 만큼
미운 날이 있다
왜 이렇게 약한가
왜 이렇게 한심한가
왜 이렇게 무력한가
사랑 하나 제대로 지키지 못하고
사람 하나 제대로 붙잡지 못하고
이렇게 혼자 앉아서
넋두리나 하고 있는
나 자신이 미워진다
살아온 것도 미워지고
사랑한 것도 미워지고
존재하는 것조차
미워지는 날이 있다
그런 날에는
모든 것이 이상하다
모든 것이 낯설다
모든 것이 의미 없다
하지만 그래도
그래도 살아야 한다
이 아픔도 삶의 일부이고
이 슬픔도 사랑의 증거이고
이 눈물도 살아있다는
증명이니까
사랑해 봤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해야 한다
아팠다는 것만으로도
살았다는 증거니까
그 사람을 만났다는 것
그 사람을 사랑했다는 것
그 사람과 함께 웃었다는 것
그것만으로도
이 생은 의미가 있다
우리는 모두
사랑 때문에 아프고
사랑 때문에 산다
사랑이 우리를 아프게 하지만
사랑이 우리를 살게 한다
오늘 같은 이상한 날에도
내일을 기다리게 하는 것은
혹시 다시 사랑할 수 있을까 하는
희미한 희망 때문이다
평안하시길
천수답에서 비를 기다리는 제사장
---
*후회*
윗글을 올리고서
엄청 후회한다
첫사랑에게 편지를 써서 보냈다가
부끄럽기도 해서
두렵기도 해서
연인의 집 앞에서
편지를 회수하기 위해
서성거리는 느낌이다
그런 마음이다
떨리고 불안하고
창피하고 걱정되는
며칠 허망한 일들이
황망하기도 하고
활동하던 카페에서
오해를 받기도 하고
진행하던 프로젝트의 향방이
불투명해지기도 해서
갑자기 사람이 싫어지는 상황이었다
그래서 넋두리 비슷하게 썼다
마음의 짐을 덜고 싶어서
누군가에게 들려주고 싶어서
하지만 글로 써놓고 보니
너무 부끄럽다
너무 민망하다
이 나이 먹도록
그리운 사람 하나 없을까
누구에게나 그런 사람이 있다
잊히지 않는 사람이
그리운 사람이
가슴 아픈 사람이
그것이 사랑이고
그것이 인생이다
추억이라는 것은
그런 것이다
아름답고 슬픈
여기서 그 사람이
내가 기다리고 추억하는 비가
아닐는지
혹시 그럴까
혹시 그 사람이
이 글을 보고 있을까
아니겠지
설마 그럴 리가
하지만 만약 그렇다면
얼마나 아름다울까
내가 기다리는 비가
그 사람의 모습으로
내게 온다면
현실은 그렇지 않다
현실은 언제나
우리의 상상보다
평범하고 일상적이다
그래도 괜찮다
기다리는 것만으로도 아름답고
그리워하는 것만으로도
의미 있다
사랑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내내 평안하시길
천수답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