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점나들이_한 끗의 차이

2012. 3. 10. 16:39

# 일상다반日常茶飯 - 서점나들이

*


한 끗의 차이에 대하여


오후 햇살이 비스듬히 내려앉는

서점에서

한 권의 책을 읽었다


과학 서적 한 켠에 놓인

작은 책이었다


인간과 침팬지의

유전적 차이는

불과 1.6%라고 했다


1.6%


이 작은 숫자가

내 마음을 흔들었다


그 작은 차이가

모든 것을 갈랐다


동물원 우리 속에 갇혀 있느냐

그들을 구경하느냐의 차이를


책을 읽느냐

책에 쓰이느냐의 차이를


언어를 가지느냐

침묵 속에 사느냐의 차이를


꿈을 꾸느냐

본능에만 의존하느냐의 차이를


이것을 성공이라 하고

저것을 실패라 할 수 있을까


아니다


이것은 운명이다

이것은 은총이다

이것은 신비다


1.6%라는

작은 숫자가 알려주는 것은

겸손이다


우리는 모두

한 끗 차이로 살고 있다


서점 안을 걸으며 생각했다


베스트셀러 코너에 진열된 책과

서점 구석에서 먼지를 뒤집어쓰는 책의 차이도

아마 1.6% 정도일 것이다


어떤 책은 수만 명의 독자를 만나고

어떤 책은 평생 창고에서 잠든다


무엇이 그 차이를 만드는가


제목일까

표지의 색깔일까

출간 시기일까

작가의 이름일까


아니면 운이라는

신비로운 힘일까


어쩌면 모든 것의

미묘한 조합일 것이다


그리고 그 조합 속에 숨어 있는

1.6%의 비밀


한 끗의 차이

종이 한 장의 차이

순간의 차이


승부의 순간이 있다

진실의 순간이 있다

선택의 순간이 있다


하지만

그 순간들에 내몰리지는 말자


1.6%를 위해

나머지 98.4%를 포기할 수는 없으니까


우리는 98.4%의 공통점을 가진

같은 존재들이니까


요즘 나는

많이 두려워하고 있다


무엇이 두려운지

정확히 알지는 못하지만

확실히 변화의 조짐을 읽고 있다


공기 중에 떠도는

새로운 기운들을


시대가 바뀌고 있다는 것을

내가 익숙했던 방식들이

더 이상 통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을


디지털 시대의 물결이

종이책을 집어삼킬지도 모른다는 것을


인공지능이

사람의 일을 대신할지도 모른다는 것을


시류에 뒤쳐질까 봐 두렵다


하지만

시류를 쫓아가느라

내 자신을 잃어버리는 것은

더 두렵다


그 사이 어디쯤에서

균형을 찾아야 한다


변화를 받아들이면서도

본질을 잃지 않는


그것이 바로

그 1.6%의 차이일지도 모른다


서점에는

많은 단어들이 떠다닌다


창조성

베스트셀러

진정성

캐릭터

브랜딩

마케팅

플랫폼


이런 단어들이

책등에 적혀 있고

서평에 등장하고

작가들의 인터뷰에서 반복된다


마치 주문처럼

마치 암호처럼


창조성이란 무엇일까


아무도 해보지 않은 것을 하는 것일까

아니면 누구나 하는 것을

조금 다르게 하는 것일까


아마도 후자에 가까울 것이다


그 조금 다르게 하는 것

그 미묘한 각도의 차이

그 작은 관점의 변화


그것이 바로

1.6%의 차이일 테니까


진정성은 또 어떨까


자기 자신에게 솔직한 것?

마음속 깊은 곳에서 나오는 목소리?


하지만 솔직함만으로

독자를 설득할 수 있을까


진정성에도 기술이 필요하다

진심을 전달하는 기술

솔직함을 아름답게 포장하는 기술

상처를 선물로 바꾸는 기술


그리고 무엇보다

자신의 상처를 받아들이는 용기


집에 돌아와서

딸이 말했다


"아빠, 스트레스 없는 개가 행복하대"


TV에서 본 것인지

친구에게서 들은 것인지

어디서 들은 말인지 모르겠지만

웃음이 나왔다


"그래? 그럼 아빠도 너를

스트레스 없이 키우고 싶다"


딸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아직 그 말의 의미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았다


스트레스라는 것이 무엇인지

경쟁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성공해야 한다는 압박이 무엇인지


아직 모르는 순수한 나이


하지만 언젠가는 알게 될 것이다

스트레스 없이 산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를


그리고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행복에 가까운 것임을


인간과 침팬지의

1.6% 차이가 만든 것은

비단 지능만이 아니다


불안이라는 감정도

그 차이에서 나온 것이 아닐까


미래를 걱정하는 능력

과거를 후회하는 능력

현재에 만족하지 못하는 능력


이 모든 것들이

우리를 인간으로 만들었다


어쩌면 그것이

우리를 동물원 밖으로

나오게 한 동력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지금도

우리를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원동력일지도


불안이 있기에 발전이 있고

걱정이 있기에 준비가 있고

불만이 있기에 변화가 있다


1.6%의 차이

그것은 축복일까

저주일까


아마도 둘 다일 것이다


다만 바라는 것은

눈을 떠서

더 이상 두렵지 않게 되는 것이다


변화를 받아들이되

휩쓸리지 않는 것이다


흐름을 읽되

자신을 잃지 않는 것이다


그 1.6%의 차이를 만드는 것이

바로 그런 마음가짐일 것이다


서점을 나오며 생각했다


모든 책이 소중하다는 것을

베스트셀러든 아니든

누군가의 마음이 담겨 있다는 것을


모든 사람이 소중하다는 것을

성공했든 실패했든

1.6%의 차이일 뿐이라는 것을


한 끗의 차이로

우리는 살고 있다


그 한 끗을

소중히 여기면서


그 한 끗에 자만하지 않으면서


오늘도 우리는

한 끗의 차이를 만들어간다


작은 선택들로

작은 노력들로

작은 사랑들로


평안하시길


천수답에서


모든 한 끗들이

아름다운 차이가 되기를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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