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연에 대해서

2012. 3. 8. 21:22

# 인연에 대해서



인연은 예상치 못한 순간에 찾아온다.


그리고 그것의 깊이는 세월의 흐르는 시간 속에서 그 정도를 가늠하는 것도 아니고, 거리의 멀고 가까움도 아니고, 나이가 많고 적음도 아니다.


나는 인터넷 공간에서 많은 지인들을 만났다. 이곳에 굳이 열거하지는 않겠다. 혹여 열거했다가 한 분이라도 빼먹으면 괜한 본전도 못 찾는 상황이 연출되겠지. 내가 굳이 언급하지 않아도 그분들은 아시리라. 아니면 나만의 일방적 구애? 짝사랑? 설마 그런 건 아니겠지.


그분들과 얼마나 글을 나누었느냐는 중요하지 않다. 일단 글면식만 트이면 되는 거 아닌가. 그분과 나누었던 글의 길이는 중요하지 않다. 그 기간 또한 마찬가지다.


오늘... 아니다 어제구나. 어제 일을 쓰려고 한다. 이건 내 버릇이다. 어제오늘 분간 못 하고, 정신이 혼미하고, 글의 맥락 무시하고 그냥 써 갈기는 것. 넓은 이해를 바란다. 그래도 글 읽는 데는 별 지장이 없으니까.


나주에 다녀오느라고 정신이 없었다. 그래서 더욱 횡설수설이다. 솔직히 혼미할 지경이다. 오늘 오후에 미팅이 잡혀 있어서 오가는 길에 휴게소에도 들르지 못했다. 화장실 참느라고 혼났다. 내리 5~6시간이다. 가는 데만, 오는 데 또 그 시간.


어제 한 분을 만났다. 일산에 작업실을 마련하고서 첫 번째로 오프라인상의 "지인"이 되신 분. 신 씨 성을 쓰시는 분.


솔직히 내가 망치를 들고 나서 양복 입을 때와는 다르게 사람들의 대우가 많이 변했음을 느끼게 된다. 그렇다고 예의 없음, 이건 아니다. 작업복을 걸치고, 작업화를 신고서, 작업복에 군데군데 페인트를 묻히고 있으면 사람들의 약간의 꺼려함을 보게 된다.


왜 내가 벤츠 탈 때와 트럭을 탈 때 사람들의 대우를 달리 받게 되는 것일까. 나는 똑같은데. 내가 사람을 대할 때도 그런가? 항상 나 자신을 경계해야겠다.


어제는 망치 대신 스크레이퍼를 들었다. 일명 칼잡이로 데뷔한 것이다. 하루 종일 사다리에 붙어살았다. 날씨가 화창했다. 햇살이 따스하고.


이분, 처음 계약을 하고 일을 시작했는데 눈길을 주고 싶지 않았다. 처음 멋모르고 사람들에게 다가갔을 때 사람들은 부담스러워한다. 내가 노가다라서 그런가? 비록 망치 든 건축가이지만, 어쨌든 망치 들었으면 노가다 아닌가? 이젠 내가 낯을 가리게 됐다.


한참 일을 하다가 잠시 쉬면서 담배를 피우고 있을 때 내려오셔서 커피 한 잔을 권하셨다.


전직 인테리어업자시고, 지금은 홈쇼핑을 친구분과 같이 운영하신다는 분이었다. 한참을 소소한 일 이야기, 건축 이야기, 인테리어 이야기를 나누었다.


나이를 물어보고는 놀랐다. 나랑 동갑인 동성이었다. 70년 개띠.


왜냐하면 내가 지금까지 만났던 동성의 동갑이랑은 솔직히 친해지기 어려웠거든. 치열한 경쟁을 겪어본 경쟁자들이어서? 학력고사든 뭐든 그땐 인간들이 많아서 경쟁률이 장난이 아니었다. 그런 게 아니었을까.


여러분들은 어떤가? 동성의 동갑, 사회 친구로 친해진 경우가 많은가?


나는 차라리 나보다 어리든 나이가 많은 경우가 대하기 쉬웠다. 동성에 동갑은 최악이다.


1순위는 이성. 나이 많고 적음, 동갑이라도 좋다. 나는 이성은 성격 나쁘고 좋고를 떠나 무조건 좋다. 나는 대인배니까 여성과는 경쟁하지 않는다.


2순위는 나보다 나이 많은 동성.

3순위는 나보다 나이 적은 동성.

4순위가 동갑이다.


그런데 이분은 같이 담배 피우고 종이컵의 커피 한 잔을 하면서 호감이 싹텄다. 솔직히 고민스러운 건 날 이상하게 생각할까 봐서. 혹시 동성애자로 생각할까 봐. 아니겠지. 이곳에서도 굳이 밝힐 필요는 없겠지만, 혹시나 싶어서 말하는데 나는 철저한 이성애자다.


그분에게서 느꼈던 배려. 보통 노가다로 현장에서 일하다 보면 이런 걸 기대하기가 만만치 않다.


다시 말하지만 인연은 예상치도 못한 순간에 찾아온다. 그리고 그것의 깊이는 세월의 흐르는 시간 속에서 그 정도를 가늠하는 것도 아니고, 거리의 멀고 가까움도 아니고, 나이가 많고 적음도 아니다. 관계의 친밀함이 인연을 좌우한다.


작업이 끝나고 나서 8시 30분. 나는 노가다의 철칙을 어겼다. 노가다는 6시 땡 하면 들고 있는 망치를 내려놓아야 한다.


일당을 챙기고. 받을 건 받아야지. 이건 공적인 것이고, 사적으로야. 정중히 하얀 봉투에 넣어져 있는 돈이었다. 툭툭 던져진 지폐뭉치가 아닌. 가끔 지폐를 그냥 받으면 왠지 자괴감이 엄습할 때가 있거든. 참으로 배움이 있는 분이었다.


명함을 요구했다. 그리고 호감을 표현하고 잘 지내보자 한다는 의향도. 그분도 흔쾌히.


포카리 스웨트를 나누어 마시며 다음을 기약했다. 나주로 급하게 갈 일만 없었다면 그분을 좀 더 붙잡고 싶었는데. 초면에 이상하게 생각했을까?


천수답에서 인연이란 어떤 것일까 생각해 보는 제사장이었다. 평안하시길.


나주가 좀 먼 거리인가? 급히 서둘러야 했다. 그래서 핸드폰 번호 따고 헤어졌다. 참 간단하고 소소한 일상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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