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망부가

_돌아가신 아버지를 위한 노래

사망부가



지난밤

장맛비에 쓰러진 느티나무를 보았다

줄기는 거대했으나

속은 비어 있었다


비에 젖은 땅은

말없이 나무를 보내고 있었고

나는 그 옆을 지나며

문득 당신의 등을 떠올렸다


생전 단 한 번도

당신이 흔들리는 걸 본 적 없지만

그건

내가 너무 어렸기 때문이었다


당신은

쓰러지고 나서야

뿌리를 드러내는 나무였다

당신의 말없음, 고집, 침묵이

땅속 깊이 뻗어 있던 줄을

나는 그제야 보았다


이제는

비가 와도

기댈 줄기를 찾을 수 없고

흙 속의 단단함조차

당신 없이 불안해진다


나를 지탱해 준 것이

살아 있는 당신이 아니라

쓰러진 당신의 뿌리였음을

나는 당신의 부재로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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