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연이란..

인연에 대하여..

# 인연이란..

인연에 대하여..



오늘도 새벽이 밝아오면서 하루가 시작되었다. 지하철 계단을 오르내리며, 골목길을 걸으며, 카페 문을 열고 들어가며.. 수많은 얼굴들과 마주쳤다. 어떤 이는 잠깐 눈길이 마주쳤고, 어떤 이는 작은 미소를 건네주었으며, 또 어떤 이는 몇 마디 안부를 나누었다.


그렇게 오늘 나를 스쳐지나간 많은 이들 속에서.. 맺어진 인연..

그러나 과연 그것들이 모두 인연이라 할 수 있을까..


함부로 인연을 맺음은.. 마치 봄날 산에서 함부로 꽃을 꺾는 것과 같다. 아름답다고 해서, 향기롭다고 해서 모든 꽃을 다 가져가려 하면 결국 아무것도 제대로 간직할 수 없게 되는 법이다.


진정한 인연과 스쳐가는 인연은 구분해서..

인연을 맺어야 한다.


진정한 인연이라면 최선을 다해서 좋은 인연을 맺도록 노력하고, 마치 정원사가 소중한 나무 한 그루를 정성스럽게 가꾸듯이 시간과 마음을 쏟아야 한다. 그러나 스쳐가는 인연이라면 무심코 지나쳐버려야 한다. 가을 하늘을 스쳐가는 구름을 바라보듯, 아름답다 여기되 붙들려 하지는 말아야 한다.


그것을 구분하지 못하고 만나는 모든 사람들과 헤프게 인연을 맺어들으면, 마치 그물에 큰 물고기와 작은 물고기를 가리지 않고 다 담으려 하다가 그물이 찢어지는 것처럼, 쓸만한 인연을 만나지 못하는 대신에 어설픈 인연만 만나게 되어 그들에 의해 삶이 침해되는 고통을 받아야 한다.


인연을 맺음에 너무 헤프서는 안 된다. 웃길을 한 번 스친 사람들까지 인연을 맺으려고 하는 것은 불필요한 소모적인 일이다. 그것은 마치 바닷가에서 모든 조개껍질을 다 주워 담으려는 아이의 욕심과 같다. 반짝이는 것들이 모두 보석은 아닌 법이다.


수많은 사람들과 접촉하고 살아가고 있는 우리지만, 정작 인간적인 필요에서 접촉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은 주위에 몇몇 사람들에 불과하다. 마치 밤하늘의 수많은 별들 중에서 우리 눈에 들어오는 몇 개의 별자리만이 의미를 갖는 것처럼. 그 몇 사람만이라도 진실한 인연을 맺어들으면 좋은 삶을 마련하는 데는 부족함이 없다.


진실은, 진실된 사람에게만 투자해야 한다. 그래야 그것이 좋은 일로 결실을 맺는다. 옥토에 뿌린 씨앗이 싹을 틀 수 있듯이, 진실한 마음은 진실한 사람에게서만 꽃을 피울 수 있다.


아무에게나 진실을 투자하는 건 위험한 일이다. 그것은 상대방에게 내가 쥔 화투패를 일방적으로 보여주는 것과 다름없는 어리석음이다. 혹은 아직 성숙하지 않은 과실을 함부로 따먹이는 것과도 같다. 때가 되지 않은 것을 억지로 나누려 하면 쓴맛만 남게 되는 법이다.


우리는 인연을 맺음으로써 도움을 받기도 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피해도 많이 당하는데... 마치 장미꽃을 따려다가 가시에 찔리는 것처럼, 아름다운 것을 얻으려다 상처를 입기도 한다.


대부분의 피해는 진실없는 사람에게 진실을 쏟아부은 댓가로 받는 벌이다. 메마른 땅에 아무리 좋은 물을 부어도 금세 스며들어 버리고 흔적도 남지 않는 것처럼, 진실하지 못한 사람에게 쏟은 정성은 허공으로 사라져버린다.


저녁이 되어 집으로 돌아가는 길.. 가로등 불빛이 하나둘 켜지기 시작하는 이 시간에.. 이 길이 참으로 멀다고.. 느껴지는.. 하루..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떠오르는 생각들이 있다. 오늘 만난 사람들, 나눈 대화들, 스쳐간 시선들.. 그 모든 것들이 내 마음속에서 어떤 의미를 갖는지 생각해본다.


오늘도 수고하신 님들.. 각자의 자리에서 각자의 하루를 살아내느라 애쓰신 모든 분들.. 항상 건승하시길..


그리고 문득 드는 생각.. 난 누구에겨나. 그런 존 인연이었는가??... 내가 만난 사람들에게 나는 어떤 사람으로 기억될까. 스쳐간 사람일까, 아니면 어떤 의미를 남긴 사람일까.


어쩌면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내가 누군가와 맺은 인연 속에서 얼마나 진실했는가 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받기보다는 주려 했는가, 이해받기보다는 이해하려 했는가, 사랑받기보다는 사랑하려 했는가..


밤이 깊어간다. 내일도 또 많은 사람들과 만나게 될 것이다. 그때는 좀 더 지혜롭게, 좀 더 진실하게 인연을 대할 수 있기를..


*





어느 늦은 밤의 성찰*

제사장*

2013.08.11. 0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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