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편: 양을 쫓는 수다쟁이
그 남자가 카페에 나타난 것은 11월의 어느 목요일 밤이었다. 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밤이었고, 손님이 거의 없는 조용한 저녁이었다.
그는 60대 정도로 보였다. 회색 양복에 검은 코트를 입고 있었고, 낡은 가죽 서류가방을 들고 있었다. 특별할 것 없는 외모였지만, 눈빛만은 예사롭지 않았다. 마치 오래된 우물의 바닥을 들여다보는 것 같은 깊이가 있었다.
그가 카페 문을 열고 들어올 때, 밖의 찬 공기가 함께 들어왔다. 그 공기에는 겨울이 임박했다는 냄새가 섞여 있었다. 낙엽이 썩는 냄새, 첫 서리의 차가운 냄새.
"여기가 그 유명한 수다방이군요." 그가 앉으면서 말했다.
의자가 그의 무게를 받아들이며 작은 신음 소리를 냈다. 그의 코트에서는 오래된 담배와 비 냄새가 났다.
"유명한지는 모르겠지만, 맞습니다."
"소문을 들었어요. 여기서는 불가능한 이야기들이 가능해진다고."
나는 커피를 내주며 물었다. 에스프레소 머신의 증기가 따뜻한 구름을 만들어냈다. 루이스 칸이 말했듯이 빛이 공간을 만들어내듯이, 이 증기는 대화를 위한 분위기를 만들어내고 있었다.
"어떤 소문이요?"
"시간여행자도 오고, 기억을 파는 사람도 오고, 꿈을 녹음하는 사람도 온다는 소문 말이에요."
"그런 손님들이 있긴 하죠."
남자는 잠시 주변을 둘러봤다. 그날 밤 카페에는 다른 손님이 없었다. 침묵을 수집하는 여자만 구석에 앉아 있었는데, 그녀는 평소처럼 조용히 침묵을 듣고 있었다.
"혹시 양을 찾아본 적 있으세요?" 남자가 갑자기 물었다.
"양이요?"
그의 목소리에는 특별한 진동이 있었다. 피터 줌터가 말한 '기억을 불러일으키는 감각'처럼, 그 한 마디가 내 안의 어떤 깊은 기억을 건드렸다.
"특별한 양 말이에요. 아주 특별한."
남자는 서류가방을 열고 사진 한 장을 꺼냈다. 흑백 사진이었는데, 목초지에서 풀을 뜯고 있는 양들이 찍혀 있었다. 언뜻 보기에는 평범한 양들 같았다.
사진의 질감이 특이했다. 오래된 사진 특유의 거친 질감이 아니라, 마치 꿈속에서 찍은 것 같은 부드러운 질감이었다.
"이 중에 특별한 양이 있어요." 남자가 말했다.
"어떤 양인가요?"
"말하는 양이에요. 하지만 아무나 그 양의 말을 들을 수 있는 건 아니에요. 특별한 사람만 들을 수 있죠."
나는 사진을 자세히 봤다. 양들은 모두 비슷해 보였다. 어떤 양이 특별한지 구분할 수 없었다. 하지만 사진을 계속 들여다보고 있으니,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마치 안도 다다오가 말한 '자연을 받아들이는 것'처럼, 이 사진이 내 안의 무언가를 받아들이고 있는 느낌이었다.
"어떤 특별한 사람이요?"
"말을 많이 하는 사람. 그리고 남의 말을 잘 들어주는 사람."
"그 양이 뭐라고 말하는데요?"
"진실을 말해요. 사람들이 듣고 싶어하지만 들을 수 없는 진실들을."
남자는 커피를 한 모금 마시고 계속했다. 커피잔이 받침과 부딪히는 작은 소리가 났다.
"그런데 그 양이 사라졌어요. 몇 년 전부터 아무도 그 양을 보지 못했어요."
"어디로 갔을까요?"
"그걸 찾으러 다니고 있어요. 전국을 돌아다니면서."
"혹시 저한테 그 양을 찾아달라고 하시는 건가요?"
"그렇습니다." 남자가 고개를 끄덕였다. "당신이 적임자라고 생각해요."
"왜 저인가요?"
"이 카페 때문이에요. 이런 곳을 만들 수 있는 사람이라면, 그 양을 찾을 수 있을 거예요."
나는 의아했다. 나는 단순히 말 많은 사람들을 위한 공간을 만든 것뿐인데, 왜 갑자기 양을 찾아야 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그 양을 찾으면 어떻게 되는 건가요?"
"세상이 달라져요."
"어떻게요?"
"사람들이 진짜 소통을 할 수 있게 돼요. 지금은 모두 표면적인 대화만 하고 있잖아요. 하지만 그 양을 찾으면, 사람들이 진심을 말할 수 있게 됩니다."
남자는 주머니에서 작은 종이를 꺼냈다. 거기에는 주소가 적혀 있었다. 종이의 질감이 특이했다. 마치 오래된 지도 같은 느낌이었다.
"이곳으로 가세요. 강원도의 작은 마을이에요. 거기서 시작하세요."
"왜 거기서요?"
"그 양이 마지막으로 목격된 곳이거든요."
남자가 떠난 후, 나는 한참 동안 그 사진을 바라봤다. 평범해 보이는 양들 사이에 정말 특별한 양이 있을까? 사진 속 양들은 모두 고개를 숙이고 풀을 뜯고 있었는데, 그 모습이 이상하게도 명상하는 사람들 같아 보였다.
침묵을 수집하는 여자가 다가왔다. 그녀의 발소리는 거의 들리지 않았다. 마치 고양이처럼 조용했다.
"흥미로운 제안이었네요." 그녀가 말했다.
"들었어요?"
"침묵을 수집하다 보면 대화도 자연스럽게 들리게 돼요. 그런데 정말 가실 건가요?"
"모르겠어요. 갑작스러운 일이라..."
"하지만 호기심이 생기죠?"
그녀 말이 맞았다. 나는 호기심이 생겼다. 말하는 양이라니. 그리고 그 양이 말하는 진실이라니. 피터 줌터가 말한 '기억을 불러일으키는 감각'처럼, 이 이야기는 내 안의 어떤 깊은 기억을 건드리고 있었다.
"혹시 당신은 그 양에 대해 뭘 알고 있나요?"
"소문으로만 들었어요. 오래전부터 있었던 전설 같은 거죠. 하지만 최근에 그 양을 찾는 사람들이 늘어났다고 해요."
"왜요?"
"세상이 너무 시끄러워졌거든요. 모든 사람이 말하지만, 아무도 진짜 이야기는 하지 않아요. 그래서 사람들이 진실을 말하는 양을 찾고 있는 거죠."
다음 날, 나는 카페를 며칠 동안 휴업한다는 안내문을 붙이고 강원도로 향했다. '다케시'도 함께 데려갔다. 이상한 여행이 될 것 같아서 동반자가 필요했다.
기차에서 바라본 풍경은 점점 변해갔다. 도시의 밀집된 건물들이 사라지고, 넓은 들판과 산들이 나타났다. 루이스 칸이 말했듯이 공간이 빛으로부터 태어나듯이, 이 풍경들은 시간으로부터 태어나는 것 같았다. 천천히, 조용히.
강원도 깊은 산골의 그 마을은 정말 작았다. 인구 100명 정도의 농촌 마을이었다. 기차역에서 내린 후 시외버스를 타고 한 시간, 그다음에는 하루에 두 번만 다니는 마을버스를 타야 했다. 버스 기사는 내가 유일한 승객이라며 신기해했다. 마을에 도착할 때쯤에는 해가 지고 있었다.
마을에 도착하니 저녁이었다. 작은 펜션이 하나 있었는데, 70대 할머니가 운영하고 있었다. 할머니의 손은 거칠었지만 따뜻했다. 오랫동안 일해온 사람의 손이었다.
"양을 찾으러 왔다고요?" 할머니가 놀란 표정을 지었다.
"네. 혹시 아시나요?"
"물론 알죠. 우리 마을 전설이거든요. 하지만 요즘에는 양을 찾는 사람들이 자주 와요."
"다른 사람들도 와요?"
"네. 작년에만 열 명도 넘게 왔어요. 모두 그 양을 찾는다고 하면서."
할머니는 내게 차를 내주면서 이야기를 계속했다. 차에서는 은은한 향이 났다. 안도 다다오가 말한 '자연을 받아들이는 것'처럼, 이 차는 이 땅의 모든 향을 받아들인 것 같았다.
"그런데 아직까지 찾은 사람은 없어요. 모두 며칠 있다가 그냥 돌아가죠."
다음 날 아침, 나는 마을을 둘러보기 시작했다. 마을은 정말 조용했다. 간혹 농부들이 지나가거나 아이가 뛰어다니는 소리가 들렸지만, 대부분의 시간은 고요했다.
마을 외곽에 넓은 목초지가 있었다. 거기서 양들을 기르고 있었다. 사진에서 본 것과 비슷한 풍경이었다. 양들은 고개를 숙이고 풀을 뜯고 있었고, 그 모습이 사진 속과 똑같았다.
목장 주인은 50대 남자였다. 과묵한 사람이었는데, 내가 양에 대해 물어보자 조금 경계하는 기색을 보였다. 그의 손에는 오랫동안 일해온 흔적들이 있었다. 굳은살, 상처 자국들.
"또 양 찾는 사람이군요."
"여기서 특별한 양을 본 적 있나요?"
"특별한 양이요?" 그가 되물었다. "모든 양이 특별하죠."
"말하는 양 말이에요."
목장 주인이 웃었다.
"양은 원래 말하는 동물이에요. 메에 하고."
"아니, 사람 말로요."
"글쎄요. 전 들어본 적 없는데요."
하지만 그의 표정에서 뭔가 숨기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의 눈빛이 잠깐 흔들렸다.
며칠 동안 마을을 돌아다니며 사람들에게 물어봤지만, 아무도 말하는 양을 봤다고 하지 않았다. 모두 전설로만 알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이상한 일들이 있었다.
마을의 작은 카페에 갔는데, 거기서 혼자 앉아 있는 여자를 봤다. 그녀는 계속 혼자 중얼거리고 있었다. 가까이 가서 들어보니 양과 대화하고 있었다.
"오늘 날씨가 좋네요, 양아. 그렇지? 너도 그렇게 생각해?"
나는 그녀에게 다가가서 물었다.
"혹시 양을 보고 계세요?"
여자가 놀란 표정으로 나를 봤다.
"어, 어떻게 아셨어요?"
"어디에 있나요?"
여자는 주변을 둘러보더니 손가락으로 빈 공간을 가리켰다.
"저기요. 하얀 양이 앉아 있어요."
나에게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의 눈빛은 진지했다. 르 코르뷔지에가 말한 '거주하는 기계'처럼, 그녀의 마음속에는 그 양을 위한 공간이 있는 것 같았다.
그날 밤, 펜션에서 '다케시'와 이야기했다.
"이상해, 다케시야. 분명히 뭔가 있는 것 같은데 보이지 않아."
'다케시'가 야옹거렸다. 그 소리가 말처럼 들렸다.
"너는 너무 많이 말해서 들을 수 없는 거야."
"뭔 소리야?"
"진짜 중요한 소리를 들으려면 먼저 조용해져야 해."
나는 '다케시'의 말을 곰곰 생각해봤다. 내가 평생 말을 많이 해왔는데, 정작 중요한 건 놓치고 있는 건 아닐까? 피터 줌터가 말한 '기억을 불러일으키는 감각'처럼, 가장 깊은 감각은 때로는 침묵에서 온다.
다음 날부터 나는 의식적으로 말을 줄였다. 마을 사람들에게 양에 대해 묻는 대신, 그냥 조용히 관찰했다.
그러자 이상한 일이 일어났다. 들리지 않던 소리들이 들리기 시작한 것이다.
바람 소리 사이에 섞인 작은 목소리, 나뭇잎이 부딪히는 소리 속에 숨어 있는 대화, 새들의 지저귐 속에 들어 있는 메시지들.
일주일째 되는 날 아침, 나는 목초지에 혼자 앉아 있었다.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냥 조용히 있었다.
그때 들렸다. 작은 목소리가.
"드디어 들을 수 있게 되었구나."
나는 주변을 둘러봤다. 아무도 없었다. 하지만 목소리는 계속 들렸다.
"여기야. 네 바로 앞에."
목초지 한가운데에 양 한 마리가 서 있었다. 다른 양들과 똑같이 생긴 흰 양이었다. 하지만 그 양만이 나를 직접 바라보고 있었다. 그 눈빛에는 루이스 칸이 말한 '빛으로부터 태어나는 공간'과 같은 깊이가 있었다.
"너가 그 양이야?"
"그렇다. 오랫동안 기다렸다."
"뭘 기다렸는데?"
"진짜 들을 줄 아는 사람을. 말만 하는 게 아니라 들을 줄도 아는 사람을."
양이 다가왔다. 가까이서 보니 다른 양들과는 확실히 달랐다. 눈빛이 깊었고, 움직임이 우아했다. 그리고 그에게서는 특별한 향이 났다. 풀 냄새도 아니고, 동물 냄새도 아닌, 설명할 수 없는 향.
"사람들이 너를 찾고 있어."
"알고 있다. 하지만 나는 찾으려고 하는 사람에게는 보이지 않는다."
"왜?"
"찾으려고 하는 사람은 대개 자신이 원하는 답만 들으려고 하거든. 나는 그런 사람에게는 말하지 않는다."
"그럼 나한테는 왜 나타난 거야?"
"너는 듣는 법을 배웠으니까. 말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듣는 것은 더 중요하다."
양은 목초지를 천천히 걸으며 계속 말했다. 그의 발소리는 거의 들리지 않았다. 마치 안도 다다오가 말한 '자연을 받아들이는 것'처럼, 그는 땅과 하나가 되어 있었다.
"사람들은 소통이 말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진짜 소통은 듣는 것에서 시작된다."
"그럼 네가 말하는 진실이 뭐야?"
"진실은 하나가 아니다. 사람마다 다른 진실이 있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각자의 진실을 들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뿐이다."
"어떻게?"
양이 멈춰 서서 나를 바라봤다.
"네가 만든 카페처럼. 사람들이 자신의 진실을 말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 것이다."
그제서야 나는 깨달았다. 내가 찾고 있던 양은 이미 내 카페에 있었다는 것을. 사람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할 수 있게 해주는 공간 자체가 그 양이었다는 것을.
"그럼 나는 이미 양을 찾은 거야?"
"그렇다. 너는 양을 찾은 게 아니라 양이 된 거다."
"양이 됐다고?"
"사람들의 말을 들어주는 양 말이다. 진실을 찾도록 도와주는 양."
나는 내 자신을 돌아봤다. 여전히 사람 모습이었다. 하지만 뭔가 달라진 느낌이 들었다. 피터 줌터가 말한 '기억을 불러일으키는 감각'처럼, 내 안의 어떤 깊은 기억이 깨어나고 있었다.
"이제 어떻게 해야 하지?"
"계속하면 된다. 네가 하던 일을. 하지만 이제는 더 많은 사람들이 너를 찾아올 것이다."
"왜?"
"너에게서 양의 냄새가 나기 때문이다."
"양의 냄새?"
"진실의 냄새라고 해도 좋다. 사람들은 본능적으로 그 냄새를 맡을 수 있다. 자신의 진실을 말할 수 있는 곳의 냄새를."
양이 다시 걷기 시작했다. 나는 그 뒤를 따랐다.
"그런데 왜 지금까지 숨어 있었어?"
"숨어 있었던 게 아니다. 사람들이 보지 못했을 뿐이다."
"무슨 차이야?"
"보려고 하지 않으면 보이지 않는다. 들으려고 하지 않으면 들리지 않는다."
우리는 목초지를 한 바퀴 돌았다. 다른 양들은 여전히 고개를 숙이고 풀을 뜯고 있었다. 그들도 모두 특별한 양들이었지만, 각자 다른 방식으로 특별했다.
"이제 돌아가라." 양이 말했다.
"너는 어떻게 하고?"
"나는 계속 여기 있을 거다. 필요한 사람이 올 때까지."
다음 날, 나는 서울로 돌아왔다. '다케시'와 함께. 시외버스, 마을버스, 기차를 차례대로 갈아타는 긴 여행이었다. 돌아오는 길에 바라본 풍경은 올 때와 같았지만, 이제는 다르게 보였다. 루이스 칸이 말했듯이 빛이 공간을 만들어내듯이, 이제 내 눈은 다른 빛으로 세상을 보고 있었다.
카페를 다시 열었다. 하지만 이제는 무언가 달라져 있었다. 나 자신이 달라진 것이다.
첫 번째 손님이 들어왔다. 새로운 손님이었다. 그는 말하지 않고도 무언가를 찾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무엇을 드릴까요?" 내가 물었다.
"말할 곳을 찾고 있어요." 그가 답했다.
"그럼 제대로 찾아오셨네요."
그는 세 시간 동안 이야기했다. 자신의 두려움, 꿈, 후회에 대해서. 나는 들어주었다. 중간에 끼어들지 않고, 판단하지 않고, 그냥 들어주었다.
그가 떠날 때, 나에게 말했다.
"고맙습니다. 당신에게서 특별한 냄새가 나요."
"무슨 냄새요?"
"진실의 냄새요."
그 후로 카페는 더욱 특별한 곳이 되었다. 사람들이 찾아왔다. 말하고 싶어하는 사람들, 들어주고 싶어하는 사람들, 진실을 찾는 사람들.
나는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주었다. 때로는 말로, 때로는 침묵으로. 안도 다다오가 말한 '자연을 받아들이는 것'처럼, 나는 그들의 모든 이야기를 받아들였다.
어느 날, 그 할아버지가 다시 나타났다. 처음 양 이야기를 들려준 그 사람이.
"양을 찾았나요?" 그가 물었다.
"네."
"어디에 있었죠?"
"여기에 있었어요. 처음부터."
할아버지가 미소를 지었다.
"그럼 이제 당신이 양이군요."
"그런 것 같아요."
"좋습니다. 세상에는 양이 필요하니까요. 진실을 말하는 양이."
지금도 나는 카페를 운영하고 있다. <밤의 수다방>이라는 이름 그대로, 밤마다 사람들이 찾아온다. 말하고 싶어하는 사람들, 들어주고 싶어하는 사람들.
'다케시'는 여전히 내 옆에 있다. 이제는 가끔 말을 한다. 손님들과도 대화를 나눈다. 모두가 그것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
나는 더 이상 수다스런 남자가 아니다. 이제는 들어주는 사람이다. 피터 줌터가 말한 '기억을 불러일으키는 감각'처럼, 나는 사람들의 기억을 불러일으키고, 그들의 진실을 들어준다.
그리고 가끔, 아주 가끔, 강원도의 그 목초지에서 들었던 목소리가 들린다.
"잘하고 있다."
그때마다 나는 미소를 짓는다. 그리고 다시 누군가의 이야기를 들어준다.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일을 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