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화: 연희동 카페에서 만난 이름 없는 사람
그날 밤, 나는 아무런 특별한 이유 없이 그를 집에 들였다. 굳이 이유를 찾자면 날씨가 지독하게 더웠는데도 그의 흰 셔츠에는 땀자국 하나 없었다는 것, 그리고 내 방에는 선풍기도 에어컨도 없었다는 것 정도였다. 하지만 그런 식으로 이유를 찾아내는 것은 이미 일이 벌어진 후에나 가능한 일이다.
서울의 7월은 항상 그렇듯 숨이 막혔고, 아스팔트는 하루 종일 햇볕에 달궈진 후 밤이 되어서야 천천히 열을 토해내고 있었다. 지하철역에서 내 아파트까지는 도보로 십 분 거리였는데, 그 십 분 동안 나는 등에 흐르는 땀을 세 번이나 닦아야 했다. 그런데 그는 달랐다. 마치 다른 계절에서 온 사람처럼, 다른 도시에서 온 사람처럼 건조했다.
그는 나를 보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나 역시 입을 열지 않았다. 우리는 그저 차가운 맥주 한 캔을 나눠 마셨다. 그 맥주는 편의점에서 산 것으로, 캔을 열 때 나는 작은 시원한 소리가 났고, 첫 모금은 목구멍을 타고 내려가면서 몸 안의 열기를 조금 식혀주었다. 맥주는 씁쓸했고, 거품은 금세 사라졌다. 우리는 말없이 그 캔을 번갈아 마셨다. 간접키스라는 말이 떠올랐지만, 그런 말은 너무 유치했다.
나는 그가 씻지도 않은 손으로 내 어깨를 잡는 것을 허락했다. 그의 손가락은 생각보다 차가웠고, 손톱은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었다. 그것은 어떤 면에서 성관계라기보다는, 한여름 밤에 습관적으로 감긴 담요를 무심코 걷어내는 일에 가까웠다. 자연스럽고, 필연적이고, 그러면서도 완전히 우연적인.
불쾌하지도 않았고, 만족스럽지도 않았다. 기분이 좋지도 나쁘지도 않았지만, 그의 몸은 놀라울 정도로 조용했고, 나의 몸은 의외로 순순했다. 마치 오래전부터 그렇게 정해져 있었던 것처럼. 마치 우리가 이미 여러 번 해봤던 일처럼. 하지만 우리는 처음 만났다.
그의 입술은 따뜻했지만 입김은 차가웠고, 그의 손은 거칠었지만 움직임은 놀랄 만큼 부드러웠다. 그 모든 대조는 여름밤의 습도와 에어컨 없는 방의 건조함만큼이나 기묘했다. 세상은 언제나 모순투성이다. 그리고 그 모순들이 때로는 완벽한 조화를 이룬다.
우리는 그렇게 처음 섹스를 했다. 무슨 말도 없이, 이름도 묻지 않고, 그가 언제 신발을 벗었는지도 기억나지 않는다. 그의 신발은 현관에 가지런히 놓여 있었는데, 검은색 가죽신발이었고, 굽이 약간 닳아 있었다. 나는 콘돔이 어디에 있었는지도 모르지만 분명히 사용되었고, 그는 끝나자마자 담배를 피우려다가 말고 다시 셔츠를 입었다. 그 셔츠는 면 소재였고, 구김이 거의 없었다.
나는 시계를 보지 않았고, 그는 나에게 지금이 몇 시인지 묻지 않았다. 시간은 중요하지 않았다. 아니, 시간이 존재하지 않는 것 같았다. 침대 시트 위에 남은 그의 체온은 곧 식었고, 욕실로 들어간 나의 발바닥에는 먼지가 잔뜩 붙어 있었다. 그 먼지는 오래된 것 같았다. 아마 몇 주 전부터 그 자리에 있었을 것이다.
그날 이후 그는 이따금 나를 찾아왔고, 나는 그에게 아무런 이유 없이 문을 열어주었다. 마치 정기구독한 잡지를 우편함에서 꺼내듯이, 마치 언제나 그 자리에 있던 구름의 모양을 확인하듯이, 우리는 몇 번이고 서로의 몸을 조용히 통과했다. 그는 항상 같은 시간에 왔다. 저녁 8시경. 하지만 우리는 그것에 대해 말한 적이 없다.
감정이라는 단어는 무겁고, 사랑이라는 말은 지나치게 번거로웠다. 우리가 가진 것은 도시의 열기와 무표정한 피부의 마찰음, 그리고 아주 가끔 꺼지는 탁상등의 작은 소리뿐이었다. 때로는 밖에서 들려오는 자동차 소리, 누군가의 발소리, 멀리서 울리는 사이렌 소리가 우리의 침묵을 채웠다.
이것이 그와 나 사이의 시작이었다. 그리고 아마도... 끝이었다.
그가 내게 처음 말을 걸었던 것은 연희동 골목 깊숙한 곳에 있는 작은 카페에서였다. 그 카페는 간판도 작고, 손님도 많지 않은 곳이었다. 원두를 직접 볶는 곳인지 항상 커피 향이 진했고, 벽에는 누군가가 읽다가 놓고 간 책들이 꽂혀 있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나는 창가 자리에 앉아 아이스커피 속에서 천천히 녹아내리는 얼음조각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얼음은 투명했고, 둥근 모서리를 가지고 있었으며, 녹을 때마다 작은 기포를 남겼다. 그 기포들이 떠오르는 것을 보고 있으면 시간이 어떻게 지나가는지 몰랐다. 바깥에서는 여름 오후의 햇볕이 아스팔트를 지지고 있었고, 가끔 지나가는 사람들의 그림자가 창문에 스쳐 지나갔다. 나는 그 그림자들을 보면서 각각의 사람들이 어디로 가고 있는지, 무엇을 생각하고 있는지 상상해보곤 했다.
그는 천천히 내 옆자리로 다가와 앉더니 말했다. "여기 자주 오시나 봐요."
그 말은 질문이라기보다는 확인에 가까웠다. 마치 그가 이미 답을 알고 있는 것처럼. 나는 고개를 돌려 그를 보았다. 짧은 검은 머리, 얇은 뿔테 안경, 여름 재킷 주머니에 꽂힌 연필 한 자루. 그 연필은 2B였고, 끝이 약간 뭉뚝해져 있었다. 그의 얼굴에서는 특별한 인상도, 기억될 만한 특징도 찾을 수 없었다. 그래서 더 오래 쳐다보게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때로는 평범한 것이 더 신비로울 수 있다.
"가끔요." 나는 대답했다. 그리고 그것은 진심이었다.
그는 그 이후로 더 이상 말하지 않았다. 그저 커피를 주문했다. 아메리카노, 아이스. 카페인이 적은 것으로 해달라고 했다. 그는 커피를 받아 들고 느리게 젓기 시작했다. 스푼이 유리컵에 닿는 소리가 작고 규칙적이었다. 틱, 틱, 틱. 그 소리는 시계 초침 소리와 비슷했다.
내가 일어나려고 할 때쯤, 그는 한 손에 커피 잔을 들고 천천히 미소 지었다. 그 미소는 어떤 인위적인 의도도 느껴지지 않았다. 마치 오래된 사진 속에서 우연히 발견한 미소처럼 자연스러웠다. 그래서 나는 그날 밤, 그를 집에 데려오는 것이 그리 이상한 일이 아니라고 느꼈다.
사실 그것은 모든 시작의 전형적인 패턴이었다. 우연한 만남, 의미 없는 대화, 그리고 설명할 수 없는 끌림. 하지만 우리의 경우는 조금 달랐다. 우리는 서로에게 끌렸지만, 동시에 끌리지 않았다. 관심이 있었지만, 동시에 무관심했다. 그것은 모순이었지만, 그 모순이 우리를 편안하게 만들었다.
그는 내게 이름을 말하지 않았고, 나도 그에게 이름을 묻지 않았다. 서로를 부르지 않으면, 불러야 할 이유도 사라진다. 그것은 관계에 있어서 나쁘지 않은 조건이었다. 이름이 있으면 기대가 생기고, 기대가 있으면 실망이 따라온다. 우리에게는 그런 것들이 필요 없었다.
그와의 시간은 어떤 면에서 나의 결혼 생활보다 더 정직했다. 남편과의 대화는 날씨와 세탁물, 각자의 일정과 저녁 식사 메뉴로 이루어졌다. 그것들은 실용적이고 필요한 대화들이었지만, 동시에 공허했다. 반면 그와의 침묵은 몸의 언어만으로도 충분히 충실했다. 우리는 말하지 않았지만 소통했고, 약속하지 않았지만 신뢰했다.
남편은 지방 발령을 받은 지 여섯 달째였다. 그는 대전에 있는 지사에서 일하고 있었고, 우리는 주말에 만나거나 만나지 않았다. 만날 때는 마치 오래된 친구처럼 반가웠고, 만나지 않을 때는 마치 원래 혼자 살았던 것처럼 자연스러웠다. 그는 나를 사랑했고, 나도 아마 그를 사랑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말로써 사랑하는, 의무로써 사랑하는 종류의 것이었다. 말로만 사랑한다는, 그 지독한 수동성.
그에 비해, 말 없는 남자는 아무것도 약속하지 않았고, 그래서 더 이상 기대하게 만들지도 않았다. 그는 내 집을 나갈 때도 문을 조용히 닫았고, 들어올 때도 소리를 내지 않았다. 마치 유령처럼, 하지만 따뜻한 유령처럼. 그가 오면 나는 커피를 내렸다. 항상 같은 커피였다. 원두를 갈아서 핸드드립으로 내리는 커피. 그는 설탕도 크림도 넣지 않았다. 그가 벗어 놓은 셔츠는 거실의 의자에 조용히 걸렸다. 언제나 같은 의자, 같은 자리에.
어느 날, 그는 내게 말했다. "침실 조명이 너무 밝아요."
그것은 그가 한 말 중에서 가장 긴 문장이었다. 그 말을 듣고 나는 바로 다음 날 전구를 갈았다. 60와트에서 40와트로. 방은 조금 더 어두워졌고, 그림자들이 더 부드러워졌다. 그 일이 벌어질 줄 몰랐던 것은 아니다. 그저 무해한 사람, 조용한 사람, 이름 없는 존재로 곁에 두고 싶은 마음이 컸을 뿐이다.
그리고 나는, 그의 이름을, 끝내 묻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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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화에서는 남편의 서울 복귀 소식과 함께 평온했던 일상에 균열이 생기기 시작합니다. 과연 세 사람의 운명은 어떻게 얽히게 될까요?
2화 "세 사람이 마주친 복도"에서 계속됩니다.